사설 / 한글로 다시 쓰는 행정용어
사설 / 한글로 다시 쓰는 행정용어
  • 시정일보
  • 승인 2022.02.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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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새해 들어 충남 9개 시, 군에서 한글로 다시 쓰는 토지대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한자와 일본식으로 만든 토지대장을 한글화로 충남에서 앞선 행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36개 부령 일괄 개정 공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통할’을 ‘총괄’로, ‘빙점’을 ‘어는점’으로 바꾸는 등 현행 법령에 어려운 용어와 일본식 용어를 쉽고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대체하거나 쉬운 용어를 함께 적도록 법령을 제정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국민의 법령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등 36개 부령을 국민이 알기 쉽게 개정해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국민 법 활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법제처에서도 지난 2000년 ‘법률 한글화 사업’을 시작으로 법규에 있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헌법에서부터 일본식 한자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이 일상으로 사용하는 한글이지만 오랜 관행을 고치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국회의 문양도 제18대 국회 당시인 2009년에도 국회사무처가 한글화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찬반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것으로 알았던 국회의 문양마저도 곡절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4년에 들어서야 국회 문양은 41년 만에 한글화를 만들었다. 10년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글 행정 용어화의 길은 더디게 가는데 우리 영화가 세계 속에서 한글화의 바람을 일으킨 상황을 돌아보면 정부의 한글 행정용어의 더딘 걸음은 반성할 점이 크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유엔에서 우리말로 연설을 하고 한글 자막이 띄워져 세계인의 시선을 받음은 매우 시사한 바가 컸다. 국제무대에서 영화가 각종 상을 받으면서 크고 작은 나라까지 한글의 자막이 뜨는 상황은 우리 행정의 한글화에 자극을 받아야 할 것이다.

흔히 쓰이는 ‘외부하청업자’도 대표적인 일본식 한자의 표현이다. 법개정을 통해 ‘외부하도급업자’로 바꾸었다. ‘입회’를 ‘참관’으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감안’을 ‘고려’로 바꾼 것을 알 수 있다.

열린 사고로 부지런하게 접근을 하면 오랜 일본식 관행을 우리의 한글행정 용어로 바꾸게 될 것이다.

충청도의 한글화 작업은 토지대장을 이미지로 스캔한 다음 토지표시 사항, 이동 연혁, 소유자 정보 등을 한글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지대장은 1910년대에 일본식 한자 용어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우리 문화가 세계 속에서 큰 호응을 받는다. 이에 힘입어 한글 행정용어에서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한자, 일본식 표기를 퇴출하고 세종대왕이 좋아할 한글 용어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충남에서 일어나는 한글화 토지대장이 모든 지방단체로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