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저출생 해법 ‘성평등과 공동체 회복’
시청앞 / 저출생 해법 ‘성평등과 공동체 회복’
  • 이승열
  • 승인 2022.02.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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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우리나라의 인구는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감소세로 들어섰다. 2020년 12월31일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2019년 12월31일 5184만9861명보다 2만838명(0.04%)이 줄어든 5182만9023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84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동안 1명의 자녀도 출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처음 편성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출생률 회복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은 380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어난 출생아 수가 626만1467명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 한 명당 6072만원씩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미국의 한 학자에 따르면, 가족 단위로 봤을 때 자녀의 수는 부(富)와 경제적 이익의 이전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한다. 즉, 부모가 향후 노년에 이르렀을 때 자녀들로부터 경제적 보살핌을 기대할 수 있다면 많은 자녀를 낳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기껏해야 한두 명을 낳을 것이라는 뜻이다. 과거 대가족이 중심이던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위한 노동력이 중시됐고, 자녀 양육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으며 자녀 출산에 따른 부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핵가족 사회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고, 그들이 부모 부양을 책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는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는 가족의 변화가 출생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도 된다.

이와 함께, 지금 출생률 저조의 가장 큰 이유는 육아와 가사의 불평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26분으로, 남성(41분)보다 1시간45분이나 많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3배 가까이 많이 한다는 것을 뜻한다. 돌봄노동 역시 여성이 평균 40분인데 비해 남성은 15분에 불과했다. 또,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의 절반(50.6%)이 육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결국 여성이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할 때, 저출생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해법은 성평등과 공동체의 확대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가사와 육아에서 남성의 참여를 늘리고,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고용안정성을 제고해야 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육아의 부담을 사회가 나눠 지는 공동체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저출생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주목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돈 문제’로 보는 경제환원주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