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수에 맞지 않는 근심일까
기고/ 분수에 맞지 않는 근심일까
  • 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 승인 2022.02.16 09:38
  • 댓글 0

조문환 | 전 제일은행 본부장
조문환
조문환

[시정일보] ‘복차지계(覆車之戒)’란 앞 수레의 엎어진 자국이 뒤에 오는 수레에 교훈이 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즉 이전 사람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현재를 돌아볼 것을 깨우치는 말이다. 최근 보수는 월남의 패망, 아프가니스탄 철수, 대만 장개석(蔣介石)의 실패를 두고 국민들에게 깨우침을 독려하자는 뜻으로 이 사자성어로 자주 사용하고 있으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여 그 참뜻이 엉뚱하게 이용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진보는 개인을 중시하고, 보수는 공동체를 중시한다. 공동체를, 즉 민족과 통일을 중시해야 할 보수는 민족을 위하면 빨갱이로, 통일을 위하면 좌파로 몰고 오히려 외세에 기생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역사는 왜곡되지 않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않고, 한쪽 편에서만 보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강대국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국부(國父) 호지민의 뜻을 따르는 베트남에 미국은 필요에 의하여 분단시켰고, 불필요에 의하여 떠나자 월남이 패망하게 되어 베트남은 마땅히 통일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장개석도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대만으로 도망갔다. 역사는 강대국의 입장에서, 즉 강자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세계의 최강국인 미국은 미국의 국익에 따라서 침략하기도 하고 철수하기도 한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1945년 미국은 남한을, 소련은 북한을 취하였다. 소련은 국익에 따라 6⸳25전쟁을 이이제이(以夷制夷)한 것이고, 미국도 마찬가지이며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독제독(以毒制毒)을 하든 그냥 떠나든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해방부터 현재까지 77년, 앞으로 30년 후든 더 길면 100년 후든 언젠가는 철수할 것이다.

자문자답해 보자. 미국은 왜 6⸳25전쟁 시 북한을 점령하지 못하였을까? 왜 남한을 51번째 주(州)로 만들지 못할까? 왜 북한을 선제 타격하여 초토화시키지 못하나? 그 답은 바로 역사 속에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남북한은 상호 뜻대로 통일할 수 없으며 남북한이 스스로 민족의 앞날도 결정할 수 없다. 미국이 허락해야만 가스관도 놓고 철도도 연결하고 자유 왕래도 할 수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漢)나라의 한사군, 당(唐)나라의 안동도호부, 원(元)나라의 쌍성총관부, 일본의 조선총독부, 미국의 군정과 주한미군사령부는 역사적으로 동일 선상에 있다. 점령국의 통치수단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漢)나라를 통하여 한자가 들어왔고 당(唐)나라를 통하여 찬란한 문화가 들어왔고 원(元)나라를 통하여 과학이 들어왔고 일본을 통하여 근대문명이 들어왔고 미국을 통하여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여 경제를 융성시켰다. 우리 민족은 강대국들의 문명, 종교, 제도 등을 쉽게 받아들이고 소화하여 우리의 독특한 문화로 만들어내는 창조적 기질이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과거에는 중국의 왕조변화세력, 근대에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정학적 또는 문명이 발전하여 세력이라는 의미가 없어진다면 통일은 쉽게 이룰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모두 병들어 있다. 하나는 강대국 미국병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병이다. 미국병은 남한이 미국연방의 51번째 주(州)가 되기를 희망하며 미국과 더불어 오래오래 살기를 원하는 병이고, 통일병은 통일만 된다면 뭔가 정리 정돈되어 우리 민족끼리 평화롭고 평등하게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병이다.

근대사를 경시하고 6⸳25전쟁 이후의 역사만으로 숭미반공(崇美反共) 하는 것도 문제가 많고 동이(東夷)의 역사관만으로 반중반공(反中反共) 하는 것도 문제가 크다. 특히 미국병은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을 신봉하며 중국을 적대시하므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친미 앞잡이가 되었고 반민족주의자가 되어 민족과 통일을 중시해야 할 보수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깨닫는 교훈이 있다. 미국은 국익에 따라 월맹과의 전쟁, 이라크와 전쟁, 아프가니스탄과 전쟁, 쿠바로 인한 스페인과 전쟁, 멕시코와 전쟁 등 수많은 전쟁을 하였다. 그 결과 모든 나라가 미국 땅이 되었는가? 비록 잠시 점령은 당했을지라도 여전히 그 나라, 그 민족이 살고 있다. 미국은 국익에 따라 떠나고 싶을 때 어쩔 수 없이 떠난다. 이것이 역사의 증거고 교훈이다.

캐나다 다국적 기업인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 입소스(IPSOS)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념 갈등, 빈부갈등, 정치(정당)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종교 갈등, 학력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정치갈등은 유럽 평균 20%대에 비하여 61%로, 그중 35%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은 ‘정치적 관점이 다른 집단(정당)’이라고 뽑았다.

이는 프랑스 7%에 비하여 우리가 5배 높다. 이는 한국국민은 정치적 신념이 너무 강하여 가정이 흔들리고 우정이 갈라지고 직장을 편 가르고 심지어 신앙심마저 공격받고 있다. 강한 정치적 신념은 무서운 오해의 독(毒)이다. 동인(東人)의 신념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1945년 해방 전에는 남녀노소 조선 민족은 항일 해방운동을 하였다.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자, 점령국 통치를 하다 보니 친일세력들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선생, 면서기, 순사, 군인, 검사 등 일본 제도를 공부한 사람들 속에는 자연스럽게 친일 앞잡이가 되었다.

집 팔고 전답 팔고 만주로 떠났던 독립운동가와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고 고향에 돌아오니, 반겨주기는커녕 미국이 싫어하는 빨갱이로 몰렸다. 이들이 설 땅은 좌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친일 세력들은 자신들의 과거가 정당화되도록 좌익이 된 독립운동가들을 핍박하였다. 그러자 6⸳25가 터졌다.

미국을 위해 싸운 친일세력은 국가유공자가 되었고 항일애국자는 처형당하였다. 거기에다 후손은 연좌제까지 당했다. 식모로 머슴으로 천대받고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자 빈부격차가 너무 커졌다.

2010년~2021년 12년 동안 우리나라 총수출은 6조6,017억 불 중 대중국 수출이 1조6,740억 불로 평균 25.4%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대미 수출은 중국의 절반 수준인 8,178억 불로 12.4%에 불과하였다. 또한, 동기간 경상수지는 8,334억 불 흑자로 대중국에서 52%에 해당하는 4,334억 불 흑자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2021년도는 혐한(嫌韓)으로 평균 경상수지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과 친미파는 숭미반중(崇美反中)으로 국교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 애국인가?

‘칠실지우(漆室之憂)’란 깜깜한 방에서 나라를 걱정한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나라 걱정으로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미국이 만들어준 칠실(漆室) 속에서 나라 걱정이란 명분으로 민족을 가르는 매국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복차지계(覆車之戒)는 알면서 정녕 자신은 칠실(漆室)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가?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