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지방자치의 표본
기자수첩 / 지방자치의 표본
  • 정수희
  • 승인 2022.02.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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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 sijung1988@naver.com
정수희 기자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행정전문지 기자로서 갖는 근원적 물음이다.

기자는 마포구 성산동 주민으로 인근의 망원시장을 이따금 이용한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꽈배기가 있고, 저렴한 가격에 좋아하는 과일을 양껏 살 수 있으며, 무엇보다 주중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즐비해 주말이면 이것저것 비축해두기 위해 들른다.

그런데 이 일대가 언젠가부터 SNS 등에서 유명한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관광객들로 인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네시장’을 방문하러 간 기자도 주차장을 향해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좁은 이면도로에 마주 오는 차와 보행자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섰단다.

먼저 지난해 말 망원시장 인접 공영주차장이 위치한 망원1동 주민센터에서 구청장, 관계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댄 것. 주차장 진출입로 혼잡도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유동균 구청장은 자신도 주말에 교통정리 봉사를 할 테니 주민들도 함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주민들도 여기에 동참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곤 지난달 초부터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 낮 시간대 주민자치위원회, 자율방범대, 시장 상인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교통정리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한경미 망원1동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개조로 나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교통정리로 버스기사 분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며, “질서가 잡힌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지난 며칠 새 두 차례 더 이곳을 찾았다.

이전보다 다소 원활해진 편이었지만, 골목이 많은 지역 특성상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차장 증설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부지 확보는 물론 예산과 시간이 수반될 터. 지역 상권을 고려하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에 힘입어, 구에서도 점진적으로 해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전에 없던 주차요금 사전정산기를 도입해 출차시간을 줄이는 한편, 유휴공간에 주차면을 조성하거나 교통체계를 전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삶의 질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다양해질수록 지자체에선 그에 부응하는 공을 들인다. ‘상생’하려는 노력은 말 그대로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 이번 사례처럼 지역 문제에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관이 협력하는 주민자치가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