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풀뿌리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지자체장간선제 추진 즉각 중단해야
사설 / 풀뿌리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지자체장간선제 추진 즉각 중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2.02.24 14:55
  • 댓글 0

[시정일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 대신 지방의회가 간선제로 뽑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각 지자체에 의견을 줄 것을 요청했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제시한 간선제는 지방의회가 지방의원을 제외한 지원자 중에서 지자체장을 선출하거나, 지방의원 가운데서 뽑는 방식, 지자체별로 현행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인사·감사·조직·예산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안 등이다.

또한 주민투표로 이런 방식 가운데서 선택하자는 것으로 “특별법이 통과되면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행안부는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와 집행부 구성을 주민투표로 달리 선택할 수 있는 후속 입법 작업이라며 각 지자체의 규모와 특성이 다른 만큼 지자체장 선출 방식도 다양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작금에 전국이 대통령 선거에 매몰돼 있는 와중에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제도 변경이 아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특성과 단체장 선출 방식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간선제는 주민 직선제를 핵심으로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의 기본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방의회에서 간선으로 뽑으면 대표성은커녕 견제와 균형의 자치 원리에도 어긋나며 지방정부의 권력분립이 무너지고, 지방의회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지방의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방 토호세력들이 발호할 공산이 커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1987년 민주화와 함께 1991년 지방의원 선거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비로소 주민의 손으로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게 됐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주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로 기존의 중앙 집권적이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 행위를 지양하며 평범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형태로 간선제 논의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정부와 여당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지자체장간선제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