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송파 세 모녀 사건, 그 후 8년
시청앞 / 송파 세 모녀 사건, 그 후 8년
  • 이승열
  • 승인 2022.03.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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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2014년 2월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반지하에서 세 모녀로 구성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60세였던 어머니, 35세였던 큰딸, 32세였던 작은딸은 70만원이 든 봉투와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함께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그 슬픔의 흔적을 남긴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8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달라진 듯 보인다. 그런데,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적잖은 제도적 변화가 이뤄졌다. 먼저 같은 해 12월, 이른바 ‘송파세모녀법’이라 불리는 3개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7가지 급여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맞춤형 개별 급여’로 하고, 급여별 선정기준이 자의적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수급권자 선정기준에 기준 중위소득의 비율을 명시했다. 또,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긴급복지 지원에 대한 지자체의 재량권을 확대했다.

서울시는 ‘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를 2015년부터 시작했다. 동주민센터에 복지플래너와 우리동네주무관, 방문간호사를 둬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인 보조금24를 구축해 지난해 4월 정식 개통했다. 이 사업도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서비스 혜택을 알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송파 세 모녀의 비극에서 시작됐다.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은 계속됐다. 2019년 관악구에서는 탈북 모자가 아사했고, 같은 해 성북구에서도 네 모녀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87세의 아버지와 56세, 50세인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집안에서 찾아냈다. 이 외에도 빈곤을 이유로 세상을 등진 사례들은 여전히 많다.

많은 제도적 개선에도 이 같은 비극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즉, 자신의 가난과,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기준은 까다롭고 보장수준은 여전히 낮으며, 무엇보다 ‘낙인’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다. 소득·자산 조사 중심의 ‘선별적 복지’는 이 같은 특성상,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송파 세 모녀 역시 수급자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선별적 복지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멍을 메워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복지는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국민의 기본적 복지 요구를 충족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만이 가난으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