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어나 문자는 문화이며 역사다
기고/ 언어나 문자는 문화이며 역사다
  • 임종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03.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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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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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외규장각(外奎章閣) 조선왕조 의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 사고(史庫)에서 약탈해 간 지 145년 만인 2011년 5월 우여곡절 끝에 반환되었다. 규장각 도서는 세월이 흘러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 진 존재였으나, 1975년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司書)로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처음 세상에 알려지면서 반환 운동이 일어났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환에 힘써 돌아오게 되었다. 한편 조선왕조의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귀중한 문화재이며 우리 선조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책 일지라도 후손들이 읽고 해석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고문헌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필요하고, 번역을 위해서는 한문 전문 학자가 필요한데, 어려서부터 배워야 할 한자교육의 토양을 모두 없애 버렸으니 장차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문헌 해독이 중단될 형편이 되어 버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또는 대학 박물관에 보관 중인 왕조실록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적 문헌을, 현재의 전문 번역가들이 밤잠을 안 자고 번역을 하더라도 5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문 전공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대학 한문학과도 점차 지원자가 없어 폐과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이렇듯 한문 전공자와 번역 전문가가 사라지고 나면 결국 고문헌은 후세들에게는 한갓 종잇장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아쉽긴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학자에게 찾아가 번역을 부탁하는 방법 밖에 대책이 없을 것 같다. 즉 우리의 문화는 가까운 장래에 단절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선조들이 수 백 년 동안 사용해 온 문화의 전통을 한글전용이라는 미명하에 한자 사용을 배척하고 외면하고 있으니, 한글과 한자의 병용(倂用)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학자들의 편견과 아집이 안타까울 뿐이다.

언어나 문자는 엄연한 문화이며 역사이다. 우리의 문자사용에 대한  역사적 변천 과정을 보면, 삼국시대 초부터 한자와 한문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후 약 2,000여 년 동안 역사와 생활 속에서 문화로 정착되어 내려왔으며,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한글이 사용되면서도 변함없이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1970년 군사정부 시절, 한글 전용화 정책이 시행되면서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글(한글)에 대한 애착이나 자부심은 동일하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이 인정되고 있으며 문자가 없는 나라에 보급하는 되고 있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 실시의 필요성과 의미도 간과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이다. 그래서 생활에 필요한 1500자 정도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배우게 되면 국어의 뜻과 개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는 점이다. 한글을 대신하여 한자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한자로 생성된 우리글의 뜻을 알기 쉽게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론자들은 우리글의 영역을 침범하는 또 다른 언어(외국어)의 도입 개념으로 받아들이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혹자는 가난할 때 고생하면서 수 십 년을 같이 살아온 조강지처를 버리고 신여성을 들여앉히는 형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논리를 보면 우수한 우리글이 있는데 어려운 한자를 추가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문맹률을 높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한자는 한. 중. 일 동양권에서 통용되는 글자인데도,  한자 사용은 사대주의라고 한다. 그러면 영어 등 서양권 글자의 사용은 무엇인가? 거리에 나가면 온통 영어 간판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다. 언 듯 보면 외국의 거리에 온 듯하다. 참으로 한심할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사대주의가 아닌가?

한자교육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필요한 어휘력을 높여주며, 논리적 사고력, 이성적 판단력, 인지능력 등을 도와 언어의 발달을 증진해준다는 사실이 많은 교육현장에서 밝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문장의 이해도 증진과 단어의 개념 파악이 용이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그대로 증명해 주고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 국어책의 55%가, 또 의학. 철학. 법학 같은 책은 전문 용어의 95%가 한자어이다.  초등학교 교재에 나오는 단어 중 분수(分數). 분자(分子). 등분(等分). 고체(固體). 기체(氣體). 빙점(氷點) 등  수 없이 등장하는 한자어와,  중학교 영어 과목에서  전치사, 조동사 등을 공부할 때 한자를 익힌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과의 이해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한글은 같아도 한자에 따라 뜻이 전혀 다른 단어가 수두룩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 <사기> 라는 단어는 사기(士氣). 사기(史記). 사기(詐欺). 사기(事記). 邪氣. 사기(四氣) 등 무려 20여 개가 넘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수많은 전문용어는 말할 것도 없고,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말 중에서도 주상복합(住商複合). 구제역(口蹄疫) 등 한자를 통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논리를 보면 우수한 우리글이 있는데 어려운 한자를 추가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문맹률을 높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한자는 한. 중. 일 동양권에서 통용되는 글자인데도,  한자 사용은 사대주의라고 한다. 그러면 영어 등의 글자 사용은 무엇인가?

한자교육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필요한 어휘력을 높여주며, 논리적 사고력, 이성적 판단력, 인지능력 등을 도와 언어의 발달을 증진시켜준다는 사실이 많은 교육현장에서 밝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문장의 이해도 증진과 단어의 개념파악이 용이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그대로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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