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산물 유통개선이 필요하다
기고/ 농산물 유통개선이 필요하다
  • 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03.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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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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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TV 방송을 통해 농촌에서 농작물을 갈아엎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몇 달 동안, 또는 일 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공들여 지은 농작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의 심정은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근간에도 양파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일이 또 발생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이 정부에 근본적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양파생산자협회. 마늘생산자협회. 배추생산자협회를 비롯하여 전국농민회 총연맹은 정부에게 겨울채소 작물 가격안정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생산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협의조차 없는 현실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또 겨울채소 작물 가격의 안정을 위한 농민과의 소통기구를 구성하여, 정책 시작 단계부터 생산자인 농민과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진행하길 바란다. “ 고 말했다.

30 여 년 전,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농정 관련기관의 고위직에 있는 공직자하고 농산물 가격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농촌 현지에서 배추나 무를 개당 겨우 500원씩 받고 팔아넘기는데, 도시 소비자들은 1,500원∼2,000원에 구입하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중간 판매 단계를 축소시키면 생산자는 더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싸게 구입할 수 있지 않는가? 라고 질문했으나 불가피 일”이라고만 하고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한 기억이 문득난다.

그래서 농촌 마을과 도시 아파트단지나, 동(洞) 단위와 자매결연을 하도록 주선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이익이 되게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니,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며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유통 단계를 조절하면 어렵지 않을 듯 한데 왜 어려울까 의문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고려시대 때부터 물가를 조절하는 기관을 설치하여, 풍년으로 곡가가 하락하면 시중의 곡식을 비싼 값으로 사들여 곡가를 올림으로써 조절하고, 또 흉년에 곡가가 올라가면 곡식을 싸게 내다 팔아 곡가를 떨어뜨려서 곡가가 심하게 오르거나 내리는 일 없이 항상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조절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평창이라는 이 기관을 고려 성종 12년(993년)에 설치하였다.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데 조선시대에는 선혜청이라는 이름으로 존속·시행되었다

무려 1000년 전에도 농산물을 비롯한 물가 조절과 농민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여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 과학문명의 시대, 농업행정 및 각종 통계도 발전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21세기에 아직도 피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사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아무리 접어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태흠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과잉 생산된 양파와 마늘은 3만 7천 톤 규모로 이를 산지에서 폐기한 비용만 118억 원에 달했다. 정책당국의 수급대책과 조절의 부실로 인하여 산지 폐기 량이 확대되는 등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정부의 농림 정책 실패가 반복되면서 애써 키운 농산물들이 출하되기 전에 갈아엎어지는 일 또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채소류의 산지 폐기 현황을 보면 지난 5년간 갈아엎어진 채소류가 37만 톤에 이르며 폐기 비용으로 450억 원 가량이 들어갔다.

한편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2월 23일 전남 고흥군에서‘전국양파생산자대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양파 수급조절의 책임을 묻고 대정부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의 수급대책이 양파 생산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무책임한 수급대책이라고 주장하며 △저장양파에 대한 즉각적 수매·시장격리 △금년 산 조생양파 출하정지 확대 △양파 최저가격(kg당 700원) 보장 등을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농정당국의 큰 각성이 필요하다.

농정당국은 이를 계기로 향후 생산량 예측시스템을 개선하고 수급대책을 전면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생산 미달 작물과 과잉 작물에 대한 수급조절을 위한 보관시설을 확대하여 예측 가능한 관리 정책이 필요하며, 농산물 판매의 중간 판매 과정을 과감히 축소 조정하여 적정 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간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차기 정부의 농정방향에 대한 농업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설문조사(1.25∼2.9) 결과를 보면, 농업인 대다수는 국내 농축산업의 위기감이 커졌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77.9%에 달했으며,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력 문제, 기후·환경 문제, 고령화 문제 등을 꼽았다. 또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45.6%가 생산비 증가를 꼽아, 농업 소득은 정체되고 생산비는 증가됨으로 인한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가장 많은 27.3%가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이라고 응답했으며, 차기 윤석열 정부가 농업부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사항은 농산물 가격 안정이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농정은 생산과 소비와 유통이 연관되어 흘러가는 한 과정이라 본다. 따라서 농정당국은 정확한 예측과 수급조절로서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 소득향상에 주력함은 물론, 유통혁신을 통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는 합리적인 정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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