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 표준발음 정착에 앞장서자
기고/ 한글 표준발음 정착에 앞장서자
  • 임종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03.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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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임종은

[시정일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흔히 국제화시대 또는 지구촌시대라고 한다. 또 사회적으로도 다문화 사회니 다문화 가정이니 하는 표현이 보편화되었다. 이제는 점점 국적이나 인종의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 가야할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도 2021년 기준, 210만 명이 넘었다. 이렇듯 외국인이 많을수록 국제화 속도는 빨라 질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나라마다 외국어를 반드시 배워야 살아갈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말을 많이 배운 외국인 가운데 우리의 말과 글의 어려움을 하소연 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네 부문을 순서대로 거쳐야한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 <우리말 겨루기>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우리말 실력을 겨루어서 달인을 선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방송을 보면서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우리말의 어려움이다. 대학 졸업 학력에 몇 개월 준비를 한 사람도 우리말 맞춤법 문제에 쩔쩔매며, 심지어는 국문학과 출신도 난감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중. 고등학교를 마친 학력이라면 겨루기 문제를 대부분 맞춰야 정상이라 할 것이다.

흔히 우리글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배우기 쉽다고 자랑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말의 문법 속으로 들어가 보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글이 아닐는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 많은 외국인과 관심 있게 공부하는 학습자가 느끼는 우리글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 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우리말의 맞춤법이 난해하다. 둘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많다. 셋째, 장단음(長短音)에 원칙이 없다. 그중에서도 언어생활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장단음(長短音)에서 가장 이해를 못하고 있다. 즉 장음과 단음을 사람마다 다르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현실은 표준 발음 중 장.단음의 발음에 심각한 오류가 묵인된 채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어의 경우는 강세를 나타내는 악센트를 단어 음절 중에 한 곳을 정하여 발음이 되고, 일본어도 고저 악센트를 나타내는 발음법이 있으며, 중국어는 사성(四聲)의 성조(聲調)을 나타내는 발음법이 있다. 우리말 표준발음법을 보면 모음의 장단(長短)을 구별하여 발음하되, 단어의 첫 음절에서만 긴소리가 나타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사전마다 단어의 장. 단음이 표기되어 있고 우리말 표준말규정에도 명시 되어 있음에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영어의 발음이나 악센트의 오류에 대해서는 민감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우리 표준발음을 모르고 말하거나 읽는 데는 수치를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하면서도 지방마다 발음이 상이하여 장. 단음을 구분하지 못한 채 쓰여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부분 단음 발음으로 당연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표준어 사용의 표본이 되는 서울에서 조차 단음화(短音化)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심지어는 일기예보를 하는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대부분이 눈(雪)이나 별(星)에 대한 발음조 틀리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외국어 발음까지 우리식으로 단음화 시키는 무지를 일삼 있으니, 뉴시를 뉴스로, 뉴톤을 뉴톤으로 자연스레 발음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일본어에도오바상(할머니)과 오바상(아주머니), 소꼬(창고)와 소꼬(거기)등 수많은 장단음을 구별하여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언어 경향은 단음화가 표준음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영어는 단어 발음 하나라도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국어 발음에는 무관심한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말과 글에 좀 더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우선 손쉽게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눈(眼)이 아프다, 눈(雪)이 온다. *밤(夜)이 어둡다, 밤(栗)을 따다 *말(馬)이 달린다, 말(言)을 하다 *부자(父子), 부자(富者) *벌(罰)을 서다, 벌(蜂)에 쏘이다 *전기(前期)대학, 전기(電氣)선로 등 이러한 장.단음의 착오나 단음화 현상은 오랫동안 생활 주변에서 잘못 사용되는 것을 무분별하게 답습하게 되면서 몸에 밴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표준어란 나라에서 법으로 정하여 놓은 언어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지방 방언의 차이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쓰도록 정해놓은 말이며, 국가가 공적인 용도에 사용하도록 정한 언어로서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표준이 되는 언어를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아나운서, 배우(탤런트) 시험이나 교사 임용고사에서 부터 정확한 발음 검정을 할 필요가 있으며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TV방송의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장. 단음을 구별하는 문제는 아예 없다. 관련자들이 장단음 구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자신이 없어서 제외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필자는 방송에서 자주 듣게 되는 장단음의 오류가 너무 거슬려서 교육부, 국립국어연구원 등에 제언(提言)을 해보았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그뿐 아니라 TV “우리말 겨루기” 제작진 앞으로 발음 문제를 추가하도록 제안하면서 예상문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으나 역시 역시였다.

표준어규정이나 표준어발음법이 명문화 되어 시행되고 있다면 국립국어원이나 한글학회와 같은 단체에서 장단음에 대한 국민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연구해야 하리라 본다. 혹여 라도 장단음에 대한 구체적인 성황별 발음규정이 없어 추진하기 어렵다거나, 사전 마다 장단음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규정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변(辯)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발음 규정이 없으면 새로 제정하고, 사전마다 상이하면 통일된 사전을 만들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방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국민이 사용하는 어문정책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엄혹한 일제강점기에도 숨어 다니며 우리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열정으로 <말모이> 사전을 만든 학자들도 있었는데, 지금과 같이 많은 연구원과 좋은 여건 하에서 표준어 발음 세부규정을 완벽히 정하지 못했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방송 진행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는 물론이고 각급 학교교사, 문화. 예술인 등이 한글의 표준발음 정착에 앞장서서 교양 있는 문화인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