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서해수호의 숨은 영웅 한주호 준위!
한마디 / 서해수호의 숨은 영웅 한주호 준위!
  • 용교순(서울남부보훈지청장)
  • 승인 2022.03.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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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교순(서울남부보훈지청장)

 

용교순(서울남부보훈지청장)
용교순(서울남부보훈지청장)

[시정일보] 봄의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3월! 만물은 소생하고 대지는 긴 잠에서 깨어나 활기찬 활동을 준비하는 완연한 봄이다.

2010년 3월 그날도 우리는 화창한 봄을 맞이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근히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3월26일, 서해 해상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피격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고, 온 국민의 평화롭던 일상이 간절하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급박한 시간으로 변해 속절없이 흘러갔다.

해군 특수전여단 소속 한주호 준위는 실종자 수색 5일째인 그날도 바다로 나갔다. 바다는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차가운 수온과 강한 유속, 높은 파도로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사고해역을 덮치고 있었다. 여기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깊은 침몰 수심까지. 한주호 준위를 둘러싼 환경은 끝없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물 아래에 있다”며 실종 수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쉼 없이 거듭된 잠수수색으로 이미 그의 몸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천안함 함수 부분에서 마지막까지 탐색작업을 펼치던 그는 결국 실신했고, 목숨 바쳐 구하고자 했던 46명의 아들 같은 수병을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날은 한주호 준위가 전역을 불과 1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군인의 귀감이요 표상이었다. 그 어딘가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노병’은 차갑고 어둡고 거센 물살을 거침없이 갈랐다. 작전부서가 아닌 지원부서에 근무했음에도 구조현장에 직접 자원하며 살신성인의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1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주호 준위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서해수호의 영웅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수도전기공고 정문 앞에는 금방이라도 천안함 용사들을 구하러 바다로 뛰어들 듯한 잠수복을 입은 한주호 준위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마치 바다를 지키듯 비장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모교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금년에도 수도전기공고 학생들과 함께 작지만 의미 있는 추모행사를 준비했다. 서해수호의 날 계기 추모식과 함께 ‘서해수호능력평가’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한주호 준위의 드높은 나라사랑 정신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다. 전 세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대러시아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군사행동을 현재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 얽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다. 지금도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시위로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안보 상황의 현주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전쟁의 승패는 숫자로 계산된 군사력이 아닌 국민과 군인들의 국가안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월남패망의 교훈’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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