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선거제도 개혁
기자수첩 / 선거제도 개혁
  • 이승열
  • 승인 2022.03.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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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공고히 하는 데 철저히 복무하는 제도다.

선거권자는 자신이 던진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을 대신해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해 온갖 수고를 들여 투표하는데(재외국민의 경우 심지어 열 몇 시간을 운전해서 가기도 한다),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실망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선거 패배는 후보들 못지않게 그를 지지한 국민에게도 극심한 허무를 선물한다. 극심한 허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 지름길이 된다. 선거 과정에서 자주 듣는 “될 사람 찍어 주자”는 말은 이 같은 사표 방지 심리를 반영한다. 일부 극렬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복되는 정의당 견제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이른바 ‘사표를 양산하는’ 제도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 단순 다수득표자가 승리하게 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10명이 출마하는 경우 10.1%만 득표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50% 이상 과반을 득표하고 당선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통령들(윤석열 당선인 포함)은 모두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전체 국민의 대표자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

사표를 양산하는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입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판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 다수득표자가 승리하는 현 제도는 극한의 정치 갈등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상대를 악마화해 국민을 양쪽으로 분열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양당 간의 대결만이 마치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모든 국민이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2∼4인을 뽑는 중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는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양당이 주체가 돼 2인 선거구 중심으로 선거구를 획정함으로써 기득권을 나눠 갖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당 중심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양당이 독점하고 있는 현 정치판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우선 코앞에 닥친 가장 시급한 현안인 6월1일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의원 2인 선거구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광역의회 의원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의회 선거에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국민의 의사가 의석비율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절반도 안 되는 지지율로 전체 국민의 대표자가 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선거제도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