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지방의원의 갑질
시청앞 / 지방의원의 갑질
  • 이승열
  • 승인 2022.04.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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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의회사무직원에 대한 지방의회 의원의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의회사무처장 A의 인격권을 침해한 모 지방의회 B의장에 대한 징계조치를 해당 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권고했다. 또, B의장에게는 A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의 결정문에 따르면, A는 지난해 의회사무처 직원 부친상 상가를 방문해 조문하고, 의장 비서실장과 함께 장례식장 앞에서 B를 30분가량 기다리다가 먼저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에 B는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의장이 조문 중인데 먼저 가버렸다”고 화를 냈고, 다음날 A가 의전 실수를 사과하고자 의장실에 찾아갔는데도 “임기 많이 남았지? 공직 많이 남았지? 보이는 거 없어? 보이는 게 없냐고?”라고 10여분간 소리를 지르며 호통을 치고 수차례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B는 “진정인이 약속도 없이 불쑥 의장실을 찾아와 용서해 달라며 무릎을 꿇기에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를 치며 의장실 밖으로 나가게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인권위는 “당시 의장실 문이 열려 있어 직원들이 피진정인과 진정인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진정인이 극심한 모욕감과 자괴감을 느꼈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피진정인의 발언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는 B의 주장도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

지방의회의 사무처·사무국·사무과 직원은 국가가 법률로 신분을 보장하는 공무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의회사무처·국·과에 우연히 소속됐다는 이유로 일부 몰상식한 ‘의원님’들의 갑질을 견뎌내야 했다. 알려진 사례들은 도를 넘어선다. 사소한 개인적인 심부름, 인격 무시와 폭언, 욕설은 예사다. 젊은 직원들에게 반말과 막말을 일삼는 ‘어르신’ 의원들은 너무나 흔하다. 아랫사람을 대하듯 하는 것을 넘어, 종처럼 부려먹고 괴롭히는 의원들이 지금껏 적지 않았다.

올해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방의원 보좌인력인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체장이 인사권을 가진 공무원에게도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던 지방의원들이, 앞으로 의회 소속 공무원들과 정책지원관에게 더 심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 이상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의원직 제명 등 엄중한 갑질방지대책을 의회 스스로 조례 제정이나 윤리특위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언로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원 자신들의 도덕적 재무장이 우선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배려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로 구성될 새 의회는 모두가 맘 편하게 일하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