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 시민 ‘더 가까이’
서울시 - 시민 ‘더 가까이’
  • 시정일보
  • 승인 2004.04.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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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 본격 탐사 ⑥ 홍보기획관
지방자치가 본격 도입되기 전인 1988년 5월 ‘지방자치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한 본지는 올해로 창간 16년째 접어들고 있으며 그동안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 덕택으로 지방자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청소년의 왕성한 활동기에 접어든 본지는 창간 16년을 맞아 행정전문지로서, 지방자치시대의 대변자로서 더욱 심도 있는 기사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연중기획 ‘서울시 실·국·본부 탐방’이 바로 그것이다.
14조원이 넘는 예산과 4만7000여명에 달하는 매머드 행정조직인 서울시가 펼치는 방대한 시정 속으로 들어가 그 예산과, 업무를 소상히 알아보고 이를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높여 궁극적으로 본지에 부여된 사명, 즉 ‘지방자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이번 호는 1000만 서울시민에게 서울시가 추진하는 시책을 쉽고, 깊게 알려 시민과 서울시의 거리를 줄이는 홍보기획관을 찾았다. <편집자주>





서울시 알리는 프로페셔널

2003년 7월1일 오후 2시 청계천로 광교. 이명박 서울시장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거대한 크레인이 청계천고가 상판을 들어내자 이명박 시장을 비롯한 2000여명의 시민들은 탄성을 냈다. 제대로 되겠느냐, 교통정체는 누가 책임지느냐는 둥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잘못하면 공약(空約)으로 끝날 거라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이명박 시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2005년 9월의 청계천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런 비판을 받았던 청계천 복원은 2004년 4월 현재 서울시민 다수가 “잘했다”고 평가한다. 청계천이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자 비판을 보냈던 사람들도 “역시 이명박”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비판에서 지지로 돌아선 청계천 복원. 여기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불도저 같은 뚝심이 한몫했다. 그러나 시민들을 상대로 청계천 복원의 타당성을 알리고 미래를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 서울시 홍보기획관이 시민들의 전향(轉向)을 끌어 온 일등공신이다.
홍보기획관은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청계천 복원, 뉴타운 조성 등 시책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하는 ‘프로’들이다. 이들은 7월1일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교통시스템과 관련, ‘7월1일 서울버스가 빠르고 편리해집니다’, ‘하이 서울 마이버스’ 등 카피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프로’인 홍보기획관은 겨우 돌배기에 불과하다. 2003년 1월 대변인 하나로 운영되던, 시민을 배제한 매스미디어 중심의 일방적인 홍보가 다양성을 명제로 삼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설립했다.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그동안의 언론매체, 즉 퍼블리시티(Publicity)에 경도됐던 홍보 관행의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대변인과 ‘독립된’ 홍보기획관은 한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중앙정부 가운데 하나인 국정홍보처가 서울시 홍보기획관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얘기다.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크게 △주요 시책의 전략적 홍보로 서울 위상을 제고하고 △세계 일류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확산하며 △시민과 함께 일류시정 구현을 목표로 한다. 강승규 홍보기획관을 정점으로 홍보담당관(4급)은 홍보기획팀, 홍보협력팀, 인터넷 홍보팀, 출판홍보팀, 영상홍보팀을 관장하고 마케팅담당관(4급)은 마케팅기획팀, 미디어협력팀, 브랜드사업팀을 이끈다.
올해 예산은 110억600만원으로 홍보담당관이 52억2000만원, 마케팅담당관이 16억1200만원을 쓴다. 이 예산은 ‘서울을 서울답게, 서울사람이 서울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41억7400만원은 일반예산이다.


전략적 홍보를 위한 역량 강화


홍보기획관은 2004년 최대과제를 서울시 주요시책의 전략적 홍보로 꼽고, 여기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1000만 시민의 거대도시로서,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라는 매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우선 체계적인 홍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홍보기획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무부시장 등 공무원 15명으로 홍보협의회를 구성하고 서울마케팅자문단(17명) 운영, 청계천 복원사업 등 주요 시책의 홍보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팀에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 등 전문가도 유치됐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에도 역점을 둔다. 이미 지난 1996년 7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한 쌍방향 시정홍보를 실시하고 있으며 작년 7월1일부터는 인터넷 신문 <하이서울뉴스>을 발행하는 한편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하이서울뉴스> 구독자는 약 18만 명이며 시민기자 750명이 서울사랑 커뮤니티의 ‘시민기자클럽’을 통해 활동 중이다.
또 서울방송과 손잡고 내년 9월 완공하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공원화사업(그린 트러스트 운동)의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확산하기 위한 공동캠페인을 추진한다.
이밖에 홍보대상을 연령 또는 계층별로 구분하는 ‘Target 홍보’도 확대하고 있다. 홍보효과가 떨어지는 새서울뉴스 대신 작년 10월부터 월간 <서울사랑>을 발행해 은행, 터미널, 지하철역 등 다중집합장소에 비치하고 있으며 주부와 어린이, 장애인 등 지금까지 다소 소외된 계층에게도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마케팅 강화로 서울이미지 UP


서울이 가진 매력을 전 세계로 알려 서울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장소마케팅 강화에 역량을 모은다.
홍보기획관은 먼저 청계천과 뉴타운 등 도시재생과 관련한 역점사업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Hi Seoul 브랜드 및 서울문화, 관광 등 도시마케팅을 위해 내년 10월 청계천 복원공사 준공과 연계해 세계도시축제(가칭 ‘랑데부 서울 2005’)를 개최하고 올 10월에는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과 외국인 등 1만여 명이 참가하는 Hi Seoul 한강마라톤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각하고 있는 컨벤션산업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관련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10월까지 ‘서울컨벤션뷰로’를 설립하기로 하는 한편 외국 언론사 초청 프레스 투어(연 2회), 서울주재 외교관 및 외신기자 초청 시정설명, 통합 영문 홈페이지(english.seoul.go.kr) 및 일본어와 중국어 홈페이지 운영, ARS 여론조사 시스템 구축 등 서울인지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스포츠와 문화마케팅 노력에도 힘쓴다. 홍보기획관은 프로축구 LG구단을 서울로 유치한 데 이어 프로농구(삼성썬더스 SK나이츠) 및 프로야구(LG트윈스 두산베어스) 구단과 공동마케팅을 추진, 연중 Hi Seoul 이미지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Hi Seoul 게임페스티벌, 서울사랑 Culture Parade, 하이 서울 네티즌 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Friendly city, Seoul’ 이미지를 확산시켜 서울의 위상을 강화한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시정


홍보기획관은 서울 이미지 개선과 시책사업에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 외에 유명인사를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다양한 견해와 요구사항을 폭넓게 수렴해 시책의 입안과정에 적극 반영, 시민 중심의 시정수행을 위해서다.
시민의견 수렴을 위해 홍보기획관은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연중 실시하는 한편 약 800여 명의 시정모니터를 위촉하고 인터넷, 이메일, 현장방문 등 모니터링으로 불편사항 시정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 시정모니터는 웹 동호회 ‘서울사랑 커뮤니티’의 교통, 환경, 보건복지 등 6개 분야의 소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광장을 통해 시정에 대한 우호계층을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웹 커뮤니티의 개설 및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개설된 커뮤니티는 시책관련 모임(청계천 사랑나누기 등 8개), 참여/봉사모임(시민기자클럽 등 25개), 축제/행사모임(하이 서울 한강마라톤 등 6개), 시설이용자 모임(세외수입연구회 등 10개), 기타(보아사랑 서울사랑 등 121개) 등 170개에 3만451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터뷰 / 강 승 규 홍보기회관



“시민과 원활한 의사 소통 서울시정 성패좌우 가늠자”




“커뮤니케이션의 제대로 됐는지, 아닌지에 따라 정책의 사활이 결정된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처음 복원이 결정됐을 때 교통혼잡 등 이유로 반대가 적잖았지만 커뮤니케이션 결과 지금은 대다수 시민들이 인정하고, 찬성하고 있다.”
서울시 정책을 1000만 서울시민에게 알리는 책임을 맡고 있는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을 ‘단순하게’ 제공하는 게 홍보가 아니라고 말했다. “민선시대에는 시민-유권자-이 원하는 상품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선거라는 선택을 통해서 제조자를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시민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와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홍보기획관으로서 느끼는 부담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변인으로 일원화됐던 예전의 체계(Ancient regime)가 떠올랐고, 이내 홍보기획관이라는 기구설립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서울시 홍보대상에는 서울, 서울시, 서울사람 등 3가지가 있다.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획하고 전략적 시스템을 마련하며, 컨텐츠를 생산해 시민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홍보기획관은 청계천 복원, 교통혁신, 뉴타운 사업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시책의 전략적 홍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보도자료를 통한 언론발표에 그쳤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시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를 통한 시민참여를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한 치도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이 없었다. ‘아차! 기자출신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도 포호빙하(咆虎憑河)한다는 9년 경력의 기자였는데. 아둔함을 탓했다. 속된 말로 ‘반까이(挽回)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출신으로, 그리고 대변인을 지냈는데 어느 쪽에 매력 있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는 야마(やま·山; 핵심 또는 주제)를 잡는데 중점을 둔다. 이런 면에서 기자출신은 대변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기획(Planning)에 관심이 많았다. 이게 없으면 소극적 홍보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말로 홍보기획관에 갖는 애정을 표현했다.
2004년 예산배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홍보기획관 산하 홍보담당관은 전년보다 예산이 14.6% 줄었는데 마케팅담당관은 오히려 22.1%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홍보기조가 마케팅 쪽으로 쏠린 것이냐는 물음에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그동안 마케팅은 제품판매, 홍보는 기획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기계적으로 영역구분을 할 수 없다”며 비켜선 후 “다만 마케팅부문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차원에서 MPR(Multi Publication Relation)보다는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스포츠마케팅의 경우 ‘서울사람을 서울사람답게 하고, 서울을 서울답게’한다”며 프로축구구단 유치 등 스포츠마케팅에 쏟는 서울시 노력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안을 물었다. 그는 “오는 7월1일 서울시 교통시스템이 일대 변혁된다. 앞으로 남은 2∼3개월 동안 시민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홍보방안 마련에 힘을 경주하고 있다. 또 Hi Seoul 페스티벌의 성공개최를 위한 홍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변화하는 홍보환경에서 시민수요를 파악해 홍보하고, 선진적인 차원에서 서울시를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CEO에서 변신한 이명박 시장 체제에서 서울시가 내놓는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조성사업 등은 홍보기획관의 이런 노력 끝에 시민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갈 길이 멀다”고 한다.

方容植 기자 /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