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악성 민원 대응 훈련 중입니다만…
기자수첩 / 악성 민원 대응 훈련 중입니다만…
  • 이윤수
  • 승인 2022.04.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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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이윤수 기자] 얼마 전 모 구청에서 한 남자가 수갑을 찬 채 경찰관에게 끌려 나오는 광경을 봤다. 어떤 사건·사고인지 궁금해서 따라 가봤다. 어느 정도 가더니 그 경찰관은 남자의 수갑을 풀어줬다. 다가가 무슨 일이지 물어봤다. 남자는 공무원이었고, 그 장면은 악성 민원인 대응 모의훈련이었다.

이 모의 훈련은 이곳 외에도 현재 많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다. 직업병 때문일까? 이 훈련을 왜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민원 공무원에 대한 악성 민원인의 폭언·폭행은 2018년 3만4484건, 2019년 3만8054건, 2020년도 4만6079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하는 공무원이 증가한 것이다.

며칠 전 종영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민원전화를 받으러 그 어려운 시험을 뚫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는 울분에, 여주인공은 “우리가 어려운 시험을 뚫고 들어온 이유는 시민들에게,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우리에게 하찮은 일은 없어요”라고 받았다.

악성 민원인처럼 어디에든 ‘진상손님’은 있다. 상점에서도 비속어, 폭력, 직원 비하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돈을 지불하니 내게 봉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또 손님은 왕이고, 직원은 하인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하고, 될 수 없는 일을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서비스직이다. 그들도 <기상청 사람들> 드라마처럼 민원 전화와 응대 업무는 자신의 일이며, 업무 중 하나라고 당당히 생 각한다.

행안부는 2018년 5월, 국민과 공무원 모두 안전한 민원환경 조성을 위해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 발생 시 상황별로 대응토록 하고 있다. 또 <민원인의 위법행위 대응지침>을 마련, 공무원의 안전을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보완하며 시행하고 있다.

히어로 영화에는 빌런이 존재한다. 빌런이 있어야 히어로와 대립 구도로 대결이 진행된다. 히어로가 돋보이려면 빌런은 필수적인 존재다. 하지만 공무원에게 빌런은 필요 없다. 그들은 히어로가 아닌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우리 주변에 있는 공무원에게 먼저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싶다. 악성 민원인 대응 훈련이 필요 없는, 즐겁고 행복한 민원 업무를 서로 만들어 가는 현장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공무원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