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하루하루 명함은 차곡차곡 쌓인다
기자수첩 / 하루하루 명함은 차곡차곡 쌓인다
  • 김응구
  • 승인 2022.04.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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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구 기자 sijung1988@naver.com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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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김응구 기자] 오늘 아침에도 석 장이나 받았다. 지방의회 예비후보등록자들 명함 말이다. 행정 전문 신문과 아주 밀접한 사람들이니 남들처럼 한 번 보고 버리지 않는다. 차곡차곡 모아둔다. 가만 보면 토박이부터 전문성을 앞세운 이들까지 다양하다. 어떤 이력은 부럽기까지 하다.

6·1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니 예비후보등록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출근길 지하철역에는 그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쩌렁쩌렁 울린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인데도 그들의 얼굴은 벌겋게 물들어있다. 꽤 열심이다. 그만큼 간절하다.

지방의회의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조례를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자치단체의 행정사무 전반을 감사(監査)하는 역할도 한다. 지역주민들의 청원을 귀담아 두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바삐 움직이는 지방의원들을 보면 하루 24시간이 벅차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도봉구의회의 한 다선(多選) 의원은 지금도 아침 7시면 본인의 지역구 지하철역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한다. 일요일을 빼고 일주일을 한결같이 주민들과 함께한다. 그러니 주민들은 그를 기억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관악구의회의 한 다선 의원도 지역주민들 곁에 가까이 붙어있다. 지금이야 관악구가 ‘젊은 도시’로 거듭났지만, 한때 ‘달동네’ 운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처음 그곳에 살면서 지역주민들과 가까워지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쉽지 않았지만 결국 진심을 인정받았다. 그의 집에는 지금도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온다. 차 한 잔 마시러, 혹은 수다를 떨기 위해. 그는 여태 집 대문을 잠근 적이 없다. 주민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려면 이쯤은 돼야 한다.

지역주민을 대신한다는 건 그런 거다. 진심을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해야 한다.

어떤 선거든 뽑고 나면 예상했든 그렇지 않든 당선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화려한 이력, 뚜렷한 전문성, 확고한 의지, 추진력, 남다른 정치 철학…, 모두 남들보다 나은 점이 한두 가지는 더 있으니 선택받았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당선 후다. 가능한 주민들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속살까지 볼 수 있다. 지금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의 과거(문제점)와 현재(해결방안)와 미래(성과)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 명함을 건네는 지금이나 1년 후, 그리고 2년 후나 4년 후가 한결같아야 한다.

조금은 이른 얘기일 수도 있다. 이제 시작이고 당(黨)의 선택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도 지방의회 예비후보등록자들은 지하철역에서 열심히 명함을 뿌릴 테다. 지금의 각오와 행동이 6월1일 오직 하루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후의 4년을 지금과 똑같이 할 수 있는지, 누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자문(自問)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