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생생상식#9 포경수술, 꼭 해야 하나요?
건강칼럼/ 생생상식#9 포경수술, 꼭 해야 하나요?
  • 윤종선 원장 (슈퍼맨비뇨기과)
  • 승인 2022.04.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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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원장 (슈퍼맨비뇨기과)
윤종선 원장
윤종선 원장

[시정일보]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언제 포경수술을 하는 게 좋을까?’ 였다. 사실 비뇨기과 전문의로 살다보면 ‘포경수술 그것 안 하는 것이 좋다던데 정말이야?’ 하는 질문을 더 받는다.

우리나라의 포경수술 빈도는 다음과 같다.

2000년 이전에는 14~16세의 88.4%, 17~19세의 95.2%가 포경수술을 받았다.

2011년에는 14~16세의 56.4%, 17~19세의 74.4%가 포경수술을 받았다.

2021년에는 포경수술을 받은 빈도는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2000년 초반에 포경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송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경수술을 안 받은 남아나 부모가 방송매체나 인터넷 등으로 얻은 지식들이 포경수술 비율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포경수술의 진실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다.

포경수술은 아주 오래된 수술로 이집트 시대의 벽화에 보면 나와 있으며, 중동지역에서의 할례라고 하는 의식도 그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포경수술이 대중화 되었다. 당시 미군과 접촉하는 한국인은 정치 경제적으로 지위가 있었던 관계로 미군이 받고 있던 포경수술을 같이 받은 뒤 자랑하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포경수술은 선진화된 상류층이 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서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에는 누구나 다하는 남자들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미국의 소아과학회에서 신생아의 포경 수술에 대해 반대의견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1) 신생아는 본인의 의사결정을 못 하므로 인권에 위배된다.

2) 신생아도 포경수술할 때 통증을 느끼는데 이것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3) 포경수술할 때 자르는 피부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 성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인권과 정신적 트라우마 문제에 공감하며 신생아 시기의 포경수술에 대해서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포경수술 시 자르는 피부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해부학적인 결과를 인용한 것이라 임상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남성의 포경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도 2012년 이후에는 신생아 시기의 포경수술에 대한 반대입장을 철회했다.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의학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의 요로생식에 발생하는 감염의 위험도를 10배 가량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보고 되었다.

HIV(일명, 에이즈) 감염에 대한 의미있는 예방법으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인정했다.

매독과 성기궤양을 일으키는 성병에 대해 발생위험을 감소시키고 특히 파트너인 여성의 자궁경부암의 발생위험도 유의하게 낮춘다고 보고하였다.

전립선암의 예방에도 포경수술의 시행유무가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2) 포경수술시 잘려나가는 포피에 대한 해부학적인 연구결과인 감각적으로 예민한 부위라는 것을 토대로 성감대를 잃어 버린다는 것은 남성의 임상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인 해석이다. 포경수술을 하고 난 후 성적인 만족도가 감소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가정을 설정하여 나타난 결과로 이에 대한 반론은 여러 연구로 입증되어 있다.

임상에서 보면 조루 환자의 경우 포경수술로 민감한 포피를 제거 후에 조루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이론의 근거가 모두 반박, 철회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반대로 잘못된 여론을 만드는 것은 없어져야겠다.

포경수술은 ‘꼭 해야한다, 안 해도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경수술의 시기와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받아야 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