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여성공천할당제
시청앞 / 여성공천할당제
  • 이승열
  • 승인 2022.05.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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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모든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할 때 여성공천할당제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와 주목된다.

인권위는 지난 12일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를 위한 정책권고’를 내고,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해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을 개정할 것을 국회에 권고했다. 또, 각 정당에도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이행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인권위는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비례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공천할당제를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에도 마찬가지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할 것을 권유했다. 이는 정당이 모든 선거에서 반드시 여성후보자를 40% 이상 공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근거로 인권위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표해야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으로, 사회 구성을 비례적으로 반영하는 정치대표성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을 들었다.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의 핵심은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성별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가 세계 156개국 중 102위(2021년)에 불과하고, 성별 임금격차도 32.3%(2020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제21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19%에 불과해, 국제의회연맹 190개국 중 121위이자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 25.6%(202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이번 권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11명의 위원 중 2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여성공천할당제 의무화는 정당활동의 자유나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역차별 등 기본권 충돌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며 공천할당제 도입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자유·평등과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여성대표비율을 높일 수 있는 근원적 방안은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 정치신인을 발굴·육성하고 여성공천비율을 높여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대의견을 낸 위원들의 의견은 아마도 공천할당제 의무화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과소평가되고 있고 그 대표성이 향상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반대측 위원들도 이견이 없었다.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인식을 깨고,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한편, 이번 권고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도 있었다. 공천할당제 목표를 쉽게 설정하고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해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매우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