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노사 혼선 줄일 합리적 대안 마련
사설 /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노사 혼선 줄일 합리적 대안 마련
  • 시정일보
  • 승인 2022.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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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인건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직원 인건비를 줄이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에 제동이 걸리게 됐고 그동안 이를 감수해 온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이 가능해졌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 노사 간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게 됐다.

임금피크제는 우리 사회에 도입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최초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줄소송 등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는 등 노사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밝힌 임금피크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제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을 비롯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안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으로 기업들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법원의 이번 판단에서 임금피크제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뜻이 아닌 점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관련 조치 없이 단순히 나이만을 가지고 제도를 시행했다면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나왔으니 기업들은 대법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걸맞은 기준을 조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청년 고용 효과가 크지 않고 고령 근로자 임금만 깎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업무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일괄 삭감하는 관행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 오기도 했다. 업무 시간이 동료 직원과 같으며 성과도 떨어지지 않는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에서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온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이번 판결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이라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은 비록 정당하다손치더라도 단순히 인건비 줄이기용 임금피크제 시행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부합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조정을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기준이나 설명자료 등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 노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