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물가 불안, 경제 주체의 고통 분담과 감내가 우선
사설 / 물가 불안, 경제 주체의 고통 분담과 감내가 우선
  • 시정일보
  • 승인 2022.06.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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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최근 통계청의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삼겹살 한 근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밥상물가가 가파르다. 실제 농축산물을 비롯한 신선식품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15%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인력이 부족해진 데다 글로벌 공급망까지 순조롭지 않다. 수입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상승이 소득 증가분을 상쇄하고 있어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을 들여다보면 지난달 수입 쇠고기 27.9%, 돼지고기 20.7%, 닭고기 16.1% 순으로 축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이 가축 사룟값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삼겹살(국산) 100g당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17% 상승한 2959원으로 3000원 선에 근접했다. 한 근(600g) 가격이 1만8000원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등 14개 품목에 할당 관세 인하, 단순 가공식품 부가가치세 면제 확대,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소비 단계에서 효과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중간 단계에 있는 기업 등의 선의에 효과가 좌우되는 단점도 있다.

국내 물가에 또 다른 영향은 단연 에너지 가격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높은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의 2월 물가 전망만 해도 원유 도입단가를 85달러(기간 평균)로 보았는데 이번엔 102달러로 20%를 높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 구조를 지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중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다. GDP 대비 원유소비량이 가장 많고, 1인당 원유소비량은 4위를 기록할 정도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상승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러 경제지표를 보아도 숨을 돌릴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분위기에 휩싸일 수는 없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 임금 인상에 신경을 쓴다면 물가는 또 다른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막으려면 흔한 말로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당장 노동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화물연대는 7일 총파업을 선언한 실정이다.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은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의사전달과 목적을 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일정 수준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화합이라는 목표의 우산으로 모이게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걸고 ‘착한가격’에 대한 신선한 인센티브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황은 국민 모두 나서서 물가 상승을 감내할 방안에 협조가 필요하다. 화합의 협조가 아니면 지금의 불안정한 물가를 살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농협 등 대형 유통업계가 착한 가격을 위한 고민에 들어 갔다는 보도다. 우리는 어려울 때 화합의 국민이다. 물가 비상에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