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우리 멋지게 살다 갑시다
시정칼럼 / 우리 멋지게 살다 갑시다
  • 임 춘 식 논설위원
  • 승인 2022.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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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임 춘 식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뭣이 중헌디’는 영화 ‘곡성’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뭣이 중헌디. 현혹되지 마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면 현혹되고. 현혹되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 말을 임영웅이 트로트로 부르면서 더 유명한 말이 됐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함께한 내 사랑이 최고지/ 어차피 인생살이 새옹지마/ 딱 한 번만 살고 가는 세상/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정답은 바로 사랑이더라.” 영화에서는 “당신은 과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느냐?”고 묻고, 임영웅은 “함께한 내 사랑”이라고 대답한다.

이 시대는 “인류가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나아간다.”라는 말로 놀랍고 두려운 현실을 정의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대답한다. 말 그대로 ‘뭣이 중헌디’인 것이다

현세대는 방향 잃은 시대. 도덕 윤리 법치도 모호하고 정의 균등 공정만 부르짖고 거짓말 괴변만 늘어난다. 정치인들은 야합 술수. SNS 정치. 이익 집단 속에 죽고 사는 안보, 먹고 사는 경제문제도 공짜만 즐기고 투자는 소홀히 한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농경 산업사회 때는 그래도 살 만했었다. 꿈이 있고 인심이 후했고 노소간에도 소통되었다.

요즈음은 모든 것이 편한 세상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컴맹에겐 어렵고 불편한 세상이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청맹(靑盲)과니가 되는 세상이다. 예의범절이란 단어는 고어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고, 집안에서 하던 크고 작은 행사들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지난 세월을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 모든 것들을 잊어버린 상실의 세대,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어 버렸다.

인생살이에 정답은 없다. 세대에 따라 흘러가고 순응해 가야, 풍속에 따르는 것이다. 슬퍼하거나 비관할 필요도 없이 현세대를 고찰할 뿐이다. 똑똑한 할머니 말이 문득 생각난다. 한 방송국에 출연한 92세 된 할머니에게 아나운서가 묻는 말에 할머니의 익살과 재치 넘치는 멋진 대답이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응, 제조 일자가 좀 오래됐지“ ”할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아이고, 이제 유통기한이 거의 다 돼간다 싶네'', ''할머니 혹시 주민증 가지고 계시면 한번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에구, 주민증을 어디에다 뒀나? 통 기억이 안 나·대신 골다공증은 있는디 보여줘?''

''할머니, 할아버지는 계셔요?''', '어휴, 재작년에 말이야. 뒷산에 자러 간다고 가더니만 아직도 안 일어나는구먼. 그려.'', ''할머니, 그럼 할아버지 어서 깨우셔야지요!'', ''아녀, 나도 인자 빨리 같이 자러 가야제. 그 영감, 내가 70년 넘게 데리고 살아 봤는디 너무 오래 혼자 두면 틀림없이 바람나.''

그렇다. 우리는 산 같이, 물 같이, 바람같이 살아오신 할머니의 멋진 삶을 읽을 수 있다.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미움을 사랑으로 되돌려 보낼 줄 아는 도량이 넉넉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나면 부패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우리는 부패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자기를 썩게 만드는 일도 본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렸고, 자기를 잘 익게 만드는 일도 본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임을 유념해야 한다. 항상 좋은 선택으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면 좋을 것이다. 대인 관계 속에서 서로 긴장하고 날카로워질 때, 이런 지혜와 재치, 유머와 여유로, 날마다 순간순간 기쁨과 감격이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천하를 통일하고 불로장생 살고 싶어 만리장성을 쌓았던 중국의 "진시황제"나, 로마의 휴일에 공주역으로 오스카상을 탄 아름답고 청순한 이미지의 "오드리 헵번", 권투 역사상 가장 성공하고 가장 유명한 흑인권투 선수 겸 인권운동가 "무하마드 알리", 연봉을 단 $1로 정하고 애플을 창시하여 억만장자가 된 "스티브 잡스", 철권 통치로 영원히 북한을 통치할 것 같았던 "김일성", 재산이 13조로 가만 있어도 매달 무려 3천억 원의 돈이 불어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화려하게 살다가 떠나간 사람 중 누가 부럽습니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고, 또 카톡도 즐기며,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부귀영화나 건강함이 언제나 인 것은 아니다. 한 번뿐인 인생 어차피 일몰 앞에 다가선 우리네 인생길이 아니던가요? 이왕 사는 것 즐겁고 멋지게 살다 갑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