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선택받은 자, 그리고 떠나는 자
기자수첩 / 선택받은 자, 그리고 떠나는 자
  • 김응구
  • 승인 2022.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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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응 구 기자 sijung1988@naver.com
김응구 기자
김응구 기자

 

[시정일보 김응구 기자] 6·1지방선거가 끝나니 자치구마다 민선 8기 구청장직 인수위원회가 속속 출범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 가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 서울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석, 더불어민주당이 8석을 가져갔다. 그에 따라 ‘색깔’이 바뀐 자치구는 좀 더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인수위가 출범하면서 곳곳에서 밝힌 구청장 당선인들의 공언(公言)은 꽤 구체적이다. 더불어 인수위 인선(人選)도 위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중심으로 선정했음도 알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적잖은 지역이 접전이었고 박빙이었다. 0.3%포인트 차로 당락이 갈린 곳도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신중했다는 뜻이다. 선거 후보자들은 갈수록 유권자들이 무서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당선 후에도 말 한마디에 힘을 싣고 확신을 주려 애쓴다. 이는 인수위 출범식 때 당선인의 입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일 동작구청장직 인수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일하 동작구청장 당선인은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한두 달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신속하게 성과를 내고, 6개월에서 2년의 중기(中期), 2년에서 4년의 장기(長期) 성과 도출 실천계획을 구체화해 구민들에게 성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8일에는 이순희 강북구청장 당선인이 민감한 사항을 콕 집어 “구민이 원하고 납득하는 재개발·재건축이 되도록 구청장 직속의 지원단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당(黨)을 떠나 구민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구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보고 있자면 세상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이처럼 구민의 선택을 받은 구청장 당선자가 있듯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구청장도 있기 마련이다. 이제 앞으로의 4년을 책임질 새 얼굴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바로 이 시간, 그 누구보다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그들이다.

누군가 그랬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번에 물러나는 구청장들은 열심히도 했지만 잘하기도 했다. 그 덕에 도봉구는 사활을 걸고 추진한 국내 첫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의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강북구는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전 국민이 관심 갖는 지역 대표 축제로 만들었다. 늘 말하지만 자치구는 작은 나라다. 구청은 작은 행정부다. 이를 한 번의 임기, 즉 4년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자리를 떠나며 “하루라도 더 하고 싶은 대통령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지만, 이제 곧 자리를 비워야 할 구청장들은 미처 못 이룬 업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볼 것 같다. 더구나 민선 7기에는 전 세계적인 재앙이나 다름없는 새로운 감염병으로 인해 2년여를 다른 일은 제쳐두고 방역과 확산 방지에만 매달려야 했으니 오죽할까.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당선자, 그리고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구청장. 자리가 뒤바뀌니 어수선하지만, 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선자에겐 환영의 박수를, 떠나는 구청장에겐 감사와 응원을 담은 더 큰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