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의원정책개발비
시청앞 / 의원정책개발비
  • 시정일보
  • 승인 2022.06.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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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지난 2020년부터 여러 지방의회에서 ‘의원연구단체’라는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물론 이전에도 지방의원들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은 있었지만, 그것이 대거 활성화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의원정책개발비’라는 것이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0년부터 지방의회의 기능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예산항목에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를 신설했다.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지원 및 정책개발비’ 제도를 지방의회까지 확대한 것이다.

정책개발비는 지방의원 1인당 최대 500만원의 범위에서 주민 눈높이에 맞는 입법과 정책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제도 시행 전에는 지방의원의 연구활동과 정책개발, 정책연구용역 등에 드는 비용의 경우 조례 또는 규칙을 제정해 ‘의정운영공통경비’를 따로 편성,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의원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자치법규가 제정된 지방의회는 2020년 기준 절반에 불과했다. 정책개발비의 신설로 지방의회 차원에서 좋은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된다. 먼저 정책개발비는 특정 관심 분야에 관해 모인 의원연구단체가 발주하는 정책연구용역비에 한정된다. 용역을 발주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써야 한다는 말이다. 공청회나 세미나, 간담회 등은 여전히 의회운영공통경비로 써야 한다.

용역 발주과정의 특혜나 부실한 용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용역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개발비를 아예 편성하지 않거나, 편성하고서도 모두 집행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 부산시 17개 의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14개 의회에서 정책개발비 집행액이 0원이었다. 정책개발비를 전액 삭감하거나 예산편성조차 하지 않은 의회도 5곳이나 됐다.

편성한 예산을 다른 데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A시의회는 2020년 의원정책개발비로 편성된 1억7000만원 중 1억원을 자발적으로 삭감하고 2차 추가경정예산에 재편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했다. 그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방의원들이 연구단체 활동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공공재정을 연구하는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입법정책 개발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전용되는 사례를 막고 본래 목적에 맞게 집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 △정책개발비 사용 결과 및 연구용역 근거자료 검증 절차를 마련할 것 △정책개발비 활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정책개발비를 공청회나 세미나, 간담회 등에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임기를 맞는 각 지방의회는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을 생산하는 데 정책개발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용역이 특혜나 부실 시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