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해경이 “2020년 9월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이모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전 “도박빚으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해경은 유족들에게도 사과했다.
이모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으며 그 다음 날 오후 3시30분쯤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발견돼 오후 9시40분쯤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모씨의 월북 동기를 ‘도박빚’으로 돌리며 이모씨와 주변인, 변호인의 금융계좌까지 조회해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감사원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피격 사건과 관련, 국방부 및 해경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2년 전 사건 발생 당시 이모씨가 자진 월북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밝혔던 두 기관이 수사 결과를 번복한 지 단 하루 만이다.
감사원은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업무 처리가 적법·적정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혀 이모씨를 월북자로 단정했던 경위를 집중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사건은 이모씨의 북한 해역 표류 경위를 비롯 상부 보고 시점을 포함한 군 대응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유족은 군경이 근거 없이 이모씨를 탈북자로 몰았다고 비판해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기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우리 국민을 이적행위자로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감사로 이모씨의 피살 경위와 자진 월북 여부, 우리 정부의 대응 등에 관한 의혹이 일정 부분이라도 해소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란 사실을 직시, 더 이상 국가의 방기에 인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사건의 진실과 책임자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모씨의 아들처럼 “이게 나라냐”라고 절규하는 그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그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살된 사건이다.
이번 진상 규명 과정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정쟁으로 변질돼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피해자의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만큼,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권은 불필요한 논쟁을 자제함이 옳다.
차제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비롯 법원, 국방부, 해경 등 모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