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인사권자 재가없는 인사 발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사설 / 인사권자 재가없는 인사 발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22.06.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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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권고안을 내 경찰이 반발하던 날 오비이락 격으로 대통령 재가도 나기 전에 경찰이 인사안을 미리 발표해 혼선을 빚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애초 인사 번복이 아니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한 대통령은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 과정이야 어떻게 됐던 간에 이번 인사 참사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 재가가 나기 전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게 과연 용인될 수준의 인사관리 업무 방식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행안부에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대로 보직을 해 버린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무시하고 자신들 입맛대로 고위직 인사를 했다는 것인데 이런 국기문란은 있을 수 없다.

설사 경찰의 해명대로 그간 관행이었다손 치더라도 대통령 재가가 떨어진 후에 발표하는 것이 극히 정상적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결재라인을 뛰어넘은 인사 발표는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철저한 규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경찰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일명 경찰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파동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 제청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모독했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권한이 막강한 사정 기관으로 떠오른 시점에 인사권마저 아무런 통제없이 자의적으로 행사된다면 그 폐해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경찰은 오는 9월부터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게 되며 오는 2024년부터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넘겨받는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법무부에 검찰국을 둔 것처럼 행안부에도 경찰 담당 조직을 만들고 행안부 장관에게 고위직 경찰공무원 징계요구권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 장치를 확보해 부실 수사, 인권 침해 등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권력의 수사 개입 우려도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인사파동에 대해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언급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관련자는 일벌백계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