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
기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
  • 김인희(칼럼니스트, 시인)
  • 승인 2022.07.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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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칼럼니스트, 시인)
김인희
김인희

[시정일보] 최근 2018년도에 방영된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네 개의 동그라미를 나무에 새기고 필자에게 다가왔다. 일본이 조선을 야금야금 식민지 삼던 격변의 시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뛰어들어갔다.

장담컨대 필자가 그 시대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면 불꽃처럼 타오를 자신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총을 잡고 산하를 누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고애신과 최유진만이 아니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의병의 아비를 둔 아들은 장성하여 다시 의병이 되었다.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일본의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가 해 준 것이 없는데 국가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는 조선인의 정신.

양반도 한 부류가 아니었다. 고사홍은 일본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순간에 소작농을 모두 불러 모으고 30년 지기, 20년 지기 차등을 두어 땅을 배분하여 주면서 보릿고개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왜놈들에게 땅을 팔지 말고 조선을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소작인들은 감읍하여 울부짖으면서 그리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고사홍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죽는다.

반면 일본을 등에 업고 벼슬을 얻는 양반도 부지기수다. 때로는 일본인보다 더 극악무도하게 동포를 짓밟고 죽이고 빼앗는 악한 양반이 많았다. 물론 그들은 동포의 이름으로 용서를 받지 못하고 비명횡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러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더라도 역사 앞에 수치스러운 이름을 지울 수 없었으리라.

조선 땅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는 망초꽃 같은 사람들. 아비가 포탄에 죽어가면서 조국을 지키는 모습을 가슴에 새기고 그 아들도 이름 없이 조국을 위하여 산화한 붉은 꽃송이가 되었다. 조선을 지키기 위하여 자처한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이었다.

의병(義兵)!

저물어가는 조선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 모두 이름이 의병(義兵)이다.

원컨대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고애신,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쁜 양반가의 손녀. 그녀는 의병 활동을 하다가 총에 맞아 죽은 아비와 어미의 DNA를 고스란히 받아 불꽃으로 살고자 했다. 애신은 총을 들고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는 불꽃처럼 살고자 했다.

애신을 둘러싼 세 명의 남자. 조선인이었으나 미국인이 된 최유진, 조선인이었으나 일본인이 된 구동매, 정혼자였으나 파혼을 한 김희성.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각자의 일을 하면서 애신을 보호하고 돕고 사랑한다.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총을 든 투사가 되어 적을 처단하는 불꽃같은 고애신. 그녀를 감싸고 보호하고 지키는 세 남자, 최유진, 구동매, 김희성 그리고 애신이 위기에 놓인 순간 일본의 총검 앞에서 애신을 겹겹으로 싸고 보호하는 여인들과 사내들, 아이들과 노인들이 있었다. 어쩌면 애신이 곧 대한제국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미스터 션샤인>을 본 후 하고 싶은 수많은 말을 가슴에 새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검보다 강한 붓의 힘을 가늠한다.

일본의 총과 칼에 무참하게 죽은 사람들. 이름 없는 사람들, 망초꽃 같은 그들의 선홍빛 핏물이 산하를 물들였다. 우리가 주마간산으로 지나칠 수 없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다.

스승님께서는 그들을 용서하되 잊지는 말라고 역설하신다. 그러나 필자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대손손 잊지 않도록 붓을 들 것이다. 필자는 그 강한 붓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두 볼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닦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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