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폴란드와의 무기 수출계약
시청앞 / 폴란드와의 무기 수출계약
  • 이승열
  • 승인 2022.08.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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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에 방산 무기를 대규모로 수출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지난 7월27일 폴란드와 체결한 무기 수출 기본계약이 그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FA-50 경공격기 48대, K2전차 980대, K9자주포 648문을 폴란드에 공급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폴란드는 K2전차 180대와 K9자주포 48문을 연내에 1단계로 수입하며, 내년 중반까지 FA-50 경공격기 12대를 우선 도입한다고 한다. 이후 남은 물량은 주로 현지생산을 통해 채워진다.

폴란드는 이번 무기계약을 위해 우리 정부에 매우 적극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원래 성능이 더 우수한 미국 및 독일 무기 도입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수급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빠른 수급이 가능한 우리 무기를 대량 도입하고자 우리 정부에 문의해 왔다. 5월에는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한국형 무기체계 도입을 본격 논의했고, 일사천리로 계약까지 진행하게 됐다.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는 폴란드가 이렇게 서두른 이유에 대해 ‘나치 악몽’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폴란드는 1939년 독일의 침략이 눈앞에 닥치자 독일의 Bf-109 전투기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영국의 스핏파이어 전투기 구매를 타진했다. 그러나, 당장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1939년 8월 초, 즉시 공급이 가능한 프랑스 M.S.406 전투기 120대 도입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선적이 늦어지는 사이 9월1일 전쟁이 발발했고, 결국 독일에 제공권을 내주고 항복해야 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나토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우크라이나가 침략당하면서, 이제는 러시아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상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자주포를 대규모로 원조해, 국방 전력에 구멍이 생긴 상황이다. 폴란드는 자국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국방비 비중을 올해 GDP의 2.2%에서 내년 3%, 추후 5%까지 계속 증액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무기 수출계약은 분명 우리나라에 좋은 소식이다. 군사전문가인 이세환 기자는 “우리 방산 무기를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수출한 것은 우리 무기의 높은 수준을 증명한 것으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 “우리 무기가 반도체만큼의 효자 수출품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낭보에 기뻐하면서도, 이번 수출계약을 우리의 안보태세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대비하는 폴란드를 보며, 우리를 둘러싼 국제·안보 환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77주년 광복절을 맞는 바람직한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