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5년 전에 영구 불임 수술법인 정관절제술을 받은 30대 후반의 남성이 본원에 방문하였다. 묶었던 정관을 다시 풀고 싶다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둘째 아이가 말 못 할 문제가 생겨서 아기를 다시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즉 정관복원술을 받고 싶다는 뜻이다.

보통 정관절제술을 받으러 오면 ‘묶으러 왔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래서 정관복원술을 받으러 오면 ‘묶은 것 풀어 주세요’ 라고 많이 한다.

정관복원술은 막힌 정관을 연결하여 정자가 정액으로 이동하여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이다. 하지만 묶은 매듭을 풀어주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이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술기법을 가진 전문의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술 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수술법이다.

정관복원술을 받는 것은 피임을 목적으로 정관절제술을 받았거나 선천적인 원인 또는 사고 등 후천적인 원인으로 정자 이동 통로가 막힌 경우이다. 재혼을 하거나 아이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아이들을 다 키운 후에 가족계획이 변경 되는 경우가 흔한 이유이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로 하는 복원술은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며 미세 현미경 수술로 진행한다. 국소마취 또는 척추마취로 진행되며 막힌 정관의 위치를 확인한다. 수술중 정관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정관부고환문합술 또는 교차 정관문합술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관절제술을 받고 난 후 얼마나 지났는가에 따라서 성공률은 달라진다. 정관 수술을 받은 지 3년이내면 개통률은 97%, 임신 성공률은 76% 이다. 3~8년이면 개통률은 88%, 임신 성공률은 53% 이다. 9~14년이면 개통률은 79%, 임신 성공률은 44% 이다. 15년 이상이면 개통률은 71%, 임신 성공률은 30% 이다.

이렇게 정관 개통률과 임신 성공률이 차이가 나는 것은 항정자항체 때문이다. 이것은 자가면역반응의 일종으로 활성화된 면역세포들이 오류를 일으켜서 자신의 정자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것이다. 정관이 막히게 되면 환자의 70%에서 항정자항체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정자에 달라붙어서 정자의 운동성을 줄이고 정자를 뭉치게 하고 세포독성이 발생한다. 항정자항체가 나타나는 경우는 고환, 부고환, 정낭 그리고 전립선 등 남성 생식기의 염증성 질환과 정관이 오랫동안 막힌 경우이다.

정관복원술을 한 차례 실패하면 정관부고환 문합술 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희소식이 하나 있다. 정관 부고환 문합술은 부고환의 직경이 너무 작기 때문에 수술 자체가 어렵고, 시험관 아기의 경우 경제적인 비용 부담도 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담도 매우 크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팀(김수웅, 손환철 교수)은 Journal of Urology(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비뇨기과 학회지)에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새로운 정관 3중 문합술의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비뇨기과에서는 정관복원술을 이중으로 하는데 백재승 교수팀은 3중으로 하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정관의 개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정관의 점막층, 근육층 그리고 바깥층을 각각 봉합하는 방법으로 타원에서 정관복원술에 실패한 62례를 대상으로 하였다.

62례증 57례(92%)에서 삼중문합술 후 정자가 확인 됐으며, 이후 추적이 가능했던 42례 중 24례(57%)에서 임신에 성공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29례에서는 정관내에서 정자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관부고환 문합술 대신 정관정관 3중 문합술을 시행한 결과이어서 새로운 시술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참고로 정관복원술은 현재 의료보험이 된다. 과거에는 인구 억제책의 하나로 산아 제한을 해서 정관절제술이 의료보험이 됐었다. 현재는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해 정관절제술이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 필자의 기억으로 십여년전에 정관절제술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 마지막 날에 전국에 있는 비뇨기과가 이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로 야간까지 북적였었다.

지금 정관복원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하는 것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