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소리를 찾아 역사의 현장을 가다
뿌리의 소리를 찾아 역사의 현장을 가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2.09.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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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키워드 한국 현대사 기행 2’ 출간
역사적 현장 주소 상세 수록, 국내여행 필수지참 ‘국민 역사여행 교양서’

[시정일보] 우리에게 이 같은 게 익숙하지 않은, 때로는 불편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책이 있다. 최근 출간한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의 <키워드 한국 현대사 기행 2>이다. 이 책을 접하고 실감한 것이 있다. 불교 용어로, 모든 현상은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이다.

대표적인 진보정치학자인 손호철 교수는 여러 이론 서적과 정치평론집 이외에도 <마추픽추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카미오 데 쿠바: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로 가는 길>, <레드 로드: 대장정 15,500Km 중국을 보다>, <물속에 쓴 이름들: 손호철의 이탈리아 사상기행> 등 역사기행 책을 써 왔다. 그러나 갑자기 코로나 19가 터져 외국을 가기 어려워지면서 나이가 들어 외국을 가기 어려울 때 쓰려고 했던 한국 현대사 기행을 앞당겨서 하게 됐고, 그 결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즉, 코로나 19 덕분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손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 150개를 골라 그 현장을 찾아 2020년 6월부터 주제를 120여 개 정하고 기행을 시작해 1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 3만5000킬로미터를 달렸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거리가 900킬로미터이니 40번 넘게 왕복한 셈이다. 그리고 그중 102개를 간추려 두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미 출간된 1권은 제주도와 호남, 영남을 다루고 있고 지난 8월에 출간한 2권은 충청, 강원, 경기, 서울을 다루었다.

이 책의 장점은 발로 뛰며 현장성을 살리고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매몰되지 않고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그 의미를 다루었고 진보적 시각이되 글로벌하고 보편적 시각에서 분석했다는 점이다. 특히 길 위의 정치학자 손호철, 뿌리의 소리를 찾아 역사의 현장을 다룬 것이 의미심장하다.

손 교수는 “나는 우리의 뿌리인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현장 102곳을 다녀온 뒤 이 책을 썼다. 역사학자가 아니라 한국 현대 정치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정치학자가 쓴 기행이다. 그런 만큼 역사적 사실이라는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과학 이론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한국 정치를 전공한 만큼 한국 현대사를 나름 공부했지만, 답사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우리 땅 곳곳이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근현대사를 장식한 많은 사건이 패배와 학살의 기록인 탓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동시에 이름 없는 민초들이 한 희생 덕분에 우리가 숱한 비극을 딛고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같은 성과를 거둔 사실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역사적 사실들도 그 뒤에 숨겨진 참된 진실과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건마다 찾아가야 할 장소들의 주소를 상세히 적어 놓아, 역사여행의 안내서로 안성맞춤이다. 손 교수의 <키워드 한국 현대사 기행 1, 2>는 모든 국민이 국내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준비해서 가지고 가야 할 ‘국민필독 교양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