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어머니와의 작별
기자수첩 / 어머니와의 작별
  • 문명혜
  • 승인 2022.09.22 10:25
  • 댓글 0

문명혜 기자 myong5114@daum.net
문명혜 기자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얼마 전 다섯 자식을 번듯하게 키워낸 어머니가 ‘별’이 되셨다.

26년 전 암판정을 받은 후 6차례 수술을 받으면서도 수백평 텃밭을 일구며 철 따라 작물을 보내고 노인일자리까지 챙겼던 철의 여인에게도 83년 서사의 마지막이 찾아 온 것이다.

노인일자리에 나간 걸 뒤늦게 알게 된 자식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사서 고생을 하시냐는 압력에 “친구들이 전부 나가는데 나 혼자 빠지면 무슨 재미로 사냐”며 일축했다.

수개월 전 담당의사는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판정을 내렸고,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다.

의사의 호스피스 병동 추천엔 “나 살던 곳에서 삶을 정리하고 싶다”며 완강히 거부했고, 자식들은 고향행을 택하는 모친의 굳센 의지를 꺽지 못했다.

자식들 모두 수도권에 터를 잡아 기껏해야 명절ㆍ휴가때나 찾아 뵙던 수준이었고, 여행과 식사, 대화를 나눴던 진정한 삶의 동반자는 고향 친구분들인 것을 알고 있던 필자 역시 모친의 뜻을 받아 들였다.

지면을 빌려 빈소를 찾아 주시고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모친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남도 끝자락에 차려진 빈소. 천리 길을 한 걸음에 달려와 주신 분들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자식들은 평생의 반려를 잃고, 어느새 등이 굽어 버린 부친이 걱정이다. 수도권으로 모시고 싶은데 누대에 걸쳐 지켜 온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의지가 강고하다.

구청을 찾아 안면이 있는 공무원과 대화 중에 고민을 털어 놓으니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복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부친과 통화하며 지자체에서 들은 걸 말씀드리니 “집에 낯선 사람이 오가는 게 번거롭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간이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 자연 법칙을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필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부모가 연로하게 되면 모든 자식들은 부모 건강에 촉각을 세우며 늘 긴장하게 마련인데,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어머니와의 작별을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