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효(孝)는 인격이다!
기고/ 효(孝)는 인격이다!
  • 시정일보
  • 승인 2022.09.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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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칼럼니스트, 시인)
김인희 칼럼니스트
김인희 칼럼니스트

[시정일보] 21세기 최첨단 IT시대가 도래했다. 작금을 컴퓨터가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사물 인터넷 시대라고 명명한다. 카페에서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음식점에서 손님 테이블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심심치 않게 본다. 홀로 있는 노인에게 말하는 로봇이 말 상대를 하고 노인을 보호한다고 한다.

화두에 효(孝)를 꺼내려고 하니 머쓱해진다. 더러 고리타분한 쓴소리라고 치부할지 모르겠다. MZ세대가 들으면 이맛살을 찌푸리고 꼰대의 잔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정했으니 하고 싶은 말을 마저 해야겠다.

필자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산이 병풍처럼 빙 둘러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서 자연이 주는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았다. 아버지께서는 큰댁에 계신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천수답을 농사하면서 가뭄에 큰댁 논에 우선 물을 댔다. 가을걷이할 때 부지깽이라도 일손을 보태야 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도 큰댁의 추수를 먼저 도왔다. 우리 집 일은 큰댁 다음이었기에 급한 일은 어머니와 올망졸망한 고사리손들이 달려들었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큰댁으로 달려가는 아버지를 교과서로 삼았다. 아버지는 가뭄에 우리 논의 물꼬가 열렸을 때 막지 않았다. 우리 밭으로 떨어진 이웃집의 밤을 주워서 밤나무 아래로 던졌다. 가을마다 추수를 끝내고 “올해도 풍년이란다. 너희들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많이 먹고 무럭무럭 크거라.”라고 육 남매의 기를 팍팍 세워주었다.

팔순의 아버지께서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주말에 친정에 갔다가 아버지의 문전옥답이 뚝 잘려 버스가 들어오는 길이 되었고 논 하나는 버스정류장이 된 것을 보고 엉엉 울었었다.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께서 뼈가 휘도록 일해서 장만한 대지가 마을버스의 제물이 된 것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웃으면서 “울지 말아라. 마을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마을의 길을 넓히고 버스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마을버스가 온다고 하더라. 한평생 마을의 덕을 입었으니 아비가 돌려주는 게야. 너희들 앞길이 잘되라고 적덕했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아버지의 인생은 마을의 동화가 되었다.

아버지의 아름다운 삶이 고스란히 필자의 DNA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반듯한 아버지의 몸가짐이 필자의 혈맥을 타고 흐른다. 사람들에게 후덕했던 아버지의 성품이 필자의 성품이 되었으며 늘 아버지처럼 반듯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결혼 후 두 자녀를 두었다. 자녀를 양육할 때 체벌의 기준은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매사 성실하게 지낼 수 있도록 훈육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누렇게 벼가 익어서 고개 숙인 논두렁에 데리고 나가 “애들아, 이 벼를 보아라. 벼가 익지 않았을 때는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있지만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단다. 너희들도 이 벼처럼 안으로 지혜를 가득하게 담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어라.”하고 가르쳤다.

거실에 걸어둔 효자손이 아이들의 종아리를 치는 매가 되었다. 첫째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거짓말을 해서 매를 맞았고 둘째가 친구와 싸웠을 때와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건넜을 때 종아리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지금은 자녀에게 매를 대면 아동학대라고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한때 우리 자녀들의 매가 되었던 효자손도 전설이 되었는가.

그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다. 공주처럼 예쁜 딸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맡은 바 일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임하고 있다. 주변에서 요즘에 보기 드문 인성을 가진 보배 같은 숙녀라는 찬사가 자자하다.

아들은 H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국가를 위해 복무 중이다. 그 아들이 H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던 날(코로나로 졸업식에 가지 못했다) 전화를 했다. 아들은 “지금까지 저를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부모님의 아들은 부모님 소속에서 국가 소속으로 옮깁니다.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하셨으니 저는 효자입니다. 맞지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지혜가 부족하여 책을 끼고 읽었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부모에게 효도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인물이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했었다. 필자는 아버지께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이웃 사랑을 확대하여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인물이 되라고 가르쳤다.

조금이나마 자녀들이 그 가르침을 좇아 살고 있으니 감읍할 뿐이다.

필자는 자녀들이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확대되기를 갈망한다. 필자 또한 필자와 자녀들의 인격과 품성에 든든한 기초공사가 효(孝)를 크고 높고 깊게 확대하고자 한다.

신효(新孝)의 가르침을 접목하고자 한다. 신효(新孝)의 의미는 (효, HYO = harmony of young & old )의 개념이다. 영어의 의미를 우리말로 직역한다면 젊은이와 노인의 조화가 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영(young)을 젊고 강하고 유식하고 부자이고 미래가 있다고 본다. 노인(old)을 늙고 무식하고 병약하고 가난하다고 보고 이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효(孝)라고 말하고 있다.

전통의 효(孝)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그 효의 견고한 기초 위에 21세기 효를 건축한 것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만고불변의 진리인 효(孝)가 MZ세대에게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필자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과 관을 연결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필자는 신효(新孝)의 개념을 배운 후로 매사 효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다가가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업무를 뛰어넘어 섬기는 마음으로 다가선다. 생활 속에서 효(孝)를 실천하고자 하는 각오다.

효(孝)는 인격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효라고 생각한다. 옛날의 화석이 된 효 정신을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꽃이 효라고 강조한다. 그 꽃이 만발하여 우리 사회에 효의 향기를 가득 채워야 한다. 하여 필자는 효(孝)는 인격이라는 역설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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