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의 독특한 감상적 詩語로 떠나는 여행
초등학교 선생님의 독특한 감상적 詩語로 떠나는 여행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2.10.04 14:53
  • 댓글 0

정해란 시인, 세번째 시집 '시간을 여는 바람' 출간

[시정일보 임춘식 논설위원]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답하는 것만큼 어렵다. 어떻게 보면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일이나 이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찾아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한다.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사람은 “살아 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시큰둥하게 내뱉는다. 그런 말투로 빌린다면 “모든 작품을 다 찾아 읽어 보지 않고서야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는 지은이의 절실한 감정, 경험, 생각의 표현이면서 그것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함께 느끼며, 어우러지게 하는 매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추울 때 우리가 서로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듯이 시는 넓고 거친 세상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말하고 노래하면서 함께 살도록 해 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물론 시 중에는 이런 일을 하기에 시원치 못한 것도 때때로 있고, 좋은 작품인데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까다로운 일도 있다. 그래서 영국의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는 "훌륭한 시는 강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라 했고, 미국의 시인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아름다움의 음악적인 창조 또는 아름다움을 율동적으로 창조한 것이 시“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정해란 시인은 제 생각과 느낌을 함축적인 시어로 표현한다. 선택된 주제, 자연 및 인생 등 여러 현상을 시인의 주관적인 시각을 통해 재조명, 정리하는 기교가 돋보인다. 고로 입체적 시어가 분명,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공연장으로 독자를 불러 모은다.

정 시인은 그동안 여행 시화집 <설렘과 낯섦 사이, 2019>, <일어서는 밤, 2021> 그리고 제3 시집 <시간을 여는 바람, 2022>는 대부분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 속에서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고 단언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초등학교 교사의 일기와 감상적 시어를 외면할 수 없는 내 삶의 한쪽 자체였다. 비워두면 여전히 바람으로 불어와 닻 내리지 못할!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지 못하는 날 사유의 끝에 글이 써지는 게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사유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김현탁(계간 문학과 비평 대표) 평론가는 “정해란 시인의 시는 다양한 언어의 표집이다. 예리한 시선으로 생활 주변의 현실 인식을 간과하지 않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시적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시를 쓰는 대다수 시인이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가 마치 시의 전통적 기법인 양 착각하고 있지만 이 시인의 시는 보다 깊은 사유의 세계에서 발굴되지 않은 시의 소재를 선택하여 시적 묘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시를 연마해온 필력의 소산으로 잔상효과(殘像效果)의 여백을 남겨두는 시적 기교가 탁월하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또한 곽구비 시인은 “정해란 시인의 시에는 “강물 같은 깊이가 찰랑거리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것을 본다. 여행지의 들뜬 순간에도 탄탄하게 공감각을 이동시켜 못 가 본 이들에게 상상의 촉을 달콤하게 이끈다. 은유의 심상들을 비유의 전환으로 할 때 절대로 과장되지 않아서 추측의 언어를 가능한 자제시켜 사실적인 기분으로 다가가게 놓여 따스하다. 사물을 상관 물로 옮겨 쓸 때도 결코 편하게 대충 옮기지 않는다. 시 속 ‘개망초’에게도 착실한 모습을 입혀 쓸 만큼 오랜 기간 글쓰기로 단련된 시인의 가슴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꺼내 쓰는 내공이 엿보인다. 또 시 속 ‘ 위기의 밤’ 어떤 상황에서도 제 일은 철저히 지키며 살아온 것 같아서 그녀에게 다가가 토닥토닥 ‘이제는 대충 살아도 돼요’ 귓속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정해란 시인은 전남 무안군 일로읍 출생으로 <대한 문학세계>에서 시(詩)로 등단했다. 시집 <설렘과 낯섦 사이, 2019>, <일어서는 밤, 2021>, <시간을 여는 바람, 2022> 등을 펴냈으며, 한평생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으며 최근 정년퇴임을 했다.

-임춘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