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인생 노트, 삶을 기록하자
시정칼럼 / 인생 노트, 삶을 기록하자
  • 논설위원 임춘식
  • 승인 2022.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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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시정일보] 흔히 일반인들은 회고록이나 자서전 그리고 인생 노트는 유명 인사나 정치가 예술가 등만이 작성하는 거로 알고 있다. 어쨌든 주로 잘 나가는 명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호기심으로 읽으면 감탄을 받는다.

모든 인생은 다 소중하다. 유명 인사라 해서 그 인생이 더 엄청날 필요가 없다. 이름 없는 대중이라 해서 그 인생이 보잘것없을까.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또 비교될 수도 없는 나만의 인생 기록, 그것은 각자 우리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보물일 수 있다.

‘인생 노트’란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게 하고 이를 통하여 앞으로의 여생을 재설계하여 새로운 삶을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세상과의 이별에 대비하여 남겨진 가족, 친구 등 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여러 가지 사항을 노트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더라도 삶의 흔적을 기록해서 자신만의 인생 노트를 만들어 두면 좋을 것이다. 자식들이, 아내나 남편이, 친척들이, 친구들이 혹은 후배들이 나의 인생을 무엇으로 기억할지를 생각해 보시라.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명예를 얻고 싶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만큼은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성공을 꿈꾸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 조건은 비슷한데 어떤 사람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성공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을 알고 있다. 쪽박 인생을 대박 인생으로 바꾼 사람들을 알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그 답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남들이 절망과 좌절과 두려움의 패를 쥐고 허우적거릴 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거기서 희망과 도약의 패를 찾아낸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인생 노트’에 나를 있는 그대로 투영해보자. 거기에서 성공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나온 삶, 남은 생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나만의 인생 노트 기록은 아름다운 자신만의 역사가 된다.

인생 노트는 분량에 어떠한 제약도 없으며 이야기의 방식에도 별다른 기준이 없는 만큼 자유롭지만, 삶에 대한 솔직한 서술은 인생 노트 작성에 지켜야 할 조건이다. 인생 노트는 자기 내면이나 정신세계보다는 외부의 사건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을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자서전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라는 말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잘 살아온 그것만큼이나 죽음을 의미 있고 존엄하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인생 노트를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온 삶에 대해 정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가족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여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나온 삶을 차분하게 회상하면서 정리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요한 갈림길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 좌절일 것이고 가족을 회상하면서 기록하다 보면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주지 말아야 했던 마음의 상처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이의 그리움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삶의 과정이고, 생에 있어서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또한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그동안 살아온 삶이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살았다면 새로운 삶은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가까운 친족, 이웃, 친구 등 소중한 인연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꺼져가는 생명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등 주위를 돌아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 인생 노트가 도움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한 가정을 만들고 또한, 사회구성원으로 이웃, 친구, 동료 등 수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다가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하여 세상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환이나 숙환에 의한 사망이라 할지라도 정작 죽음이란 순간은 매우 급하게 오는 것이고, 특히 사고사의 경우에는 죽음 자체를 인지할 수 없으므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급속한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임종 순간을 지켜보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사는 데도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죽는 데도 그 못지않은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끼고 사랑한 사람이 몇이며 떠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떠날 때 뭐가 얼마큼 남을지, 혹시 남는 게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늙고 병들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을 때 가족이 어떻게 해 주면 좋을지, 내가 죽은 다음 남은 육신은 어찌 처리하게 해야 하는지 나 스스로 판단하고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면 인생 노트, 삶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