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글을 소중하게 간직하자
사설 / 한글을 소중하게 간직하자
  • 시정일보
  • 승인 2022.10.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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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이다. 몇 년 전부터 유달리 한글이 자랑스럽다. 한글의 노래가, 영화가 세계무대에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한글로 노래하면 영미권의 젊은이는 단체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해외에서는 우리글이 자랑스럽게 울려 퍼지는데 한글날이 되면 또 다르게 걱정거리가 따르고 반성하게 한다. 거리에 나가면 간판이 영어다. 한글과 영문을 같이 표기하면 좋겠다는 여론도 많아진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도 아파트 명칭이 영어 일색이다. 어디서부터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지 분간이 어렵다.

한글날 달력의 빨간 글씨 표기와 국경일 문제도 오락가락한 일도 겪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만이 가진 자랑거리다”라며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국가 서예전(국전)에는 한글 부분을 두었다. 제1회 국전에서 서희환 서예가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외국에 국빈으로 나가면 한글 병풍을 만들어 선물했다. 공공건물에는 한글 간판을 걸게 했다. 한글 공문서를 사용하게 제도를 펼쳐갔다. 재임 기간에는 11번의 ‘한글 담화문’을 내기도 했다. 일제가 허문 광화문을 제자리에 옮겨 한글 현판을 세웠다. 세종문화회관 현판도 직접 붙였다. 1962년에는 한글을 국보 제70호로 지정하면서 그해 기념식을 세종대왕의 묘역이 자리한 경기도 여주 영릉에서 거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65년 한글날 담화문에서 “세계 어떤 민족도 제 나라 글자를 기념하는 날을 가지는 민족은 없다. 우리 민족만이 가진 특유한 자랑거리“라며 “우리가 글자만을 자랑하기보다, 그 글자를 통한 높은 문화를 자랑하고 또 그 문화를 통한 우리들의 높은 생활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글날은 1991년 달력에서 지워지는 비운을 맞는다. 쉬는 말이 많다는 지적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 의해 국경일로 다시 격상하는 곡절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 한글 간판과 아파트 이름을 한글화하는 것도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글은 갈고 닦을 때 그 빛이 더한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손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든 세종대왕 동상을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했다. 국민은 큰 자긍심에 자랑스러워했고 서로가 사진으로 남기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한글날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아 세종대왕 영릉을 참배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글날이면 세종대왕의 영릉을 참배하는 것이 관례화하는 것도 국민과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한글날을 소중히 하고 한글을 통해 국격을 높이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 제품에 한글과 영어가 같이 들어간다면 이상적인 표기가 될 것이다.

한글날이 국민의 여론에 힘입어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승격된 것은 한글날을 소중하게 하자는 이유가 된다. 한글날 인터넷의 표기가 영문에서 한글로, 공영 방송국의 표기가 한글로 바뀌었다. 이 같은 일이 한글날에만 국한된 이벤트라 아쉽다는 여론이다. 한글에 대한 표기는 물론, 지도층의 언론 노출에 영어 사용을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한글 사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