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감사원, 정치적 중립 유념해 공정성 의심받는 행동해서는 안 돼
사설 / 감사원, 정치적 중립 유념해 공정성 의심받는 행동해서는 안 돼
  • 시정일보
  • 승인 2022.10.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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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언론 보도 해명 계획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낸 것이 언론에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모 신문의 지적에 대한 해명자료를 언급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수석은 “언론 보도 내용이 맞는지 물어봤고,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감사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 사무총장의 해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등 총력 공세에 나섰다.

당의 요구에 지나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감사원의 처신에도 비판받을 대목 또한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문선(文選) 악부고사(樂府古辭)의 군자행(君子行)에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이란 구절이 있다. 이 말은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우리는 생각 없이 괜한 행동을 해 상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를 주진 않는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두고 있지만, 헌법 제97조부터 100조에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명시돼 있어 감사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대통령 핵심 참모에게 주요 사안을 보고(?)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게 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 생각된다. 정부 기관인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국정 현안을 협의할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있는 사안이다. 감사원은 국민이 의아해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되 오해를 살 일은 피함이 옳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감사원 업무에 관여하는 게 법에도 안 맞고, 그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관여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감사원 독립성은 헌법과 법률로 보장돼 있으며 대통령조차 감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이 정권의 사냥개라는 야당의 비판에 휩싸이는 것은 단지 감사원의 체면 문제가 아니라 향후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 할지라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쟁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구이나 직무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본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며,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의아해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어떠한 압력이나 압박에도 굴하지 말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명명백백히 진상을 규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