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국민성의 미스터리인가?
시정칼럼 / 국민성의 미스터리인가?
  • 논설위원 임춘식
  • 승인 2022.10.27 09:45
  • 댓글 0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시정일보]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고 바다와 대륙에 접해 있으며 산과 평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은 어떤 기질의 국민성을 지니고 있을까? 사계절처럼 변화무쌍하고 기후 변화처럼 대응력과 순발력이 강한 국민성일까?

국민성은 풍문 같은 설이 있다. 즉 ▲중국인은 장사수완이 좋다. ▲일본인은 예의 바르다. ▲프랑스인은 신경질적인 예술가다. ▲러시아인은 음모가이다. ▲인도인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이탈리아인은 쾌활하고 열정적이다. ▲독일인은 철학적이다. ▲스페인 사람은 쾌활하다. ▲네덜란드인 들은 질서를 중시한다. ▲미국인은 명예를 중시한다. ▲포르투갈인은 온화하다. ▲아랍인은 권리 주장이 강하다. 그리고 ▲한국인은 격정적(激情的)이라고 한다.

어쨌든 개인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국민성도 정형화된 한 가지 특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을 동시에 지닐 수 있고, 실용적인 면과 낭만적인 면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 한 수를 소개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아름답게 하라는 경종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에 초빙교수로 살다가 귀국한 세계적인 정신 의학계 교수에게 한국인의 이미지가 어떠냐고 묻자, “한국인은 너무 친절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판단하면 오해다. 권력 있거나 유명한 사람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지만, 자기보다 약하거나 힘없는 서민에게는 거만하기 짝이 없어 놀랄 때가 많다. 잘 나가는 엘리트일수록 이 같은 이중인격자들이 많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한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니 기분 나쁜 점이 있더라도 이해를 구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거나 VIP인 경우는 난감하다. 한국에서 엘리트 계층에 속한다면 배운 사람이다. 배운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만을 떤다. 지식은 많은데 지혜롭지가 못하다. 말은 유식한데, 행동은 무식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준법정신이 엉망이다. 힘 있는 사람부터 법을 안 지키니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엘리트들의 또 다른 모순은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점이다. 회사에서도 뭐가 잘못되면, 전부 윗사람, 아랫사람 탓이고 자기반성은 조금도 없다. 세상 모두가 남의 탓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이다. 모여 앉으면 정치 이야기인데, 완전히 흑백논리로 평한다. 한국에는 존경받는 대통령은 없다. 모두가 이래서 죽일 놈이고 저래서 죽일 놈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도덕성이 결핍된 이기주의 민주주의다. 나라가 망해가는 것도 아랑곳없이 나와 내 새끼만 잘 되면 그만이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사고 개념이다. 입으로는 애국심을 떠들지마는 행동은 부족하다. 너무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 아닌가? 국민소득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데, 노약자나 극빈자들을 보살피는 수준은 상당히 멀었다. 재산이 곧 사람평가의 기준인 것이다.’
‘국민소득은 3만 달러 수준인데, 국민 의식은 5백 달러 수준이다. 성공의 의미가 너무 좁다. 돈 있고 잘사는데도 자기보다도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항상 뭔가 불만족이다. 한국에서 삶의 불만족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뿌리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어떻게 해서든지 뒤집어엎고, 정권을 잡아 권세를 누리려 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들의 야심이다. 자기는 올바른 처세를 하는체하고 활개를 치는 것이 한국의 많은 정치인이다.’ 

공감이 가는 소리다. 오늘 지인이 보내준 글인데 몇 번을 읽으며 ‘나는 어떤가?’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병에 걸려서 항체가 생긴 사람은 면역이 되어서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백신을 맞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투여해서 면역하려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것에 두 번 걸려들면 바보이다. 국민성의 미스터리일까? 아니다. 한국인의 총명함, 부지런함, 열정이 나라 안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지도력만 갖추어진다면 한국은 무한 발전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이다. 미·중 충돌과 북핵·미사일 고도화 등 안보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고, 야당은 여당을 제쳐두고 자기들 맘대로 국회를 끌고 가려 한다. 국민 처지에서 보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다.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상황인데 정치권이 위기 극복의 장애물이 돼가고 있다. 

이제 어영부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가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올 수도 있다. 경청, 겸손, 공감, 봉사의 삶, 이것이 원칙과 상식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자. 국민에게는 정직하고 의로운 삶의 방식을, 나라에는 든든한 미래의 비전을, 정치인들에게는 준엄한 꾸짖음을 해야 한다. 정치인이 바로 서야 국가가 산다.(임춘식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