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욕망의 길 발 딛는 순간, 진흙탕뿐
시청앞 / 욕망의 길 발 딛는 순간, 진흙탕뿐
  • 정칠석
  • 승인 2022.10.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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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 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 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작금에 들어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인구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관세청 마약밀수 단속량은 2017년 대비 지난해 18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도시 등 일부에서만 유통되던 마약이 이제는 지방과 학생, 주부 등에 이르기까지 확산하고 있으며 국내 들어온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마약을 제조해 같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발된 마약의 양도 2017년 69.1kg에서 2021년 1272.5kg으로 18.4배 폭증했다. 국내 마약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마약조직이 우리나라를 주요 시장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됐고 마약이 일반 시민의 일상까지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 거래 실태를 보면 마약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이다. 더 이상 마약 확산세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마약 범죄 기법은 가상통화를 이용할 정도로 점점 더 첨단화되어 가고 있는데 경찰 전담인력은 2년째 증원되지 않았다. 검찰도 전국 60개 지검과 지청 중 22곳에는 마약 전담 수사관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급기야 대통령도 범정부 차원의 마약대응 방안 수립을 지시하기에 이르렀으며 법무부와 검찰도 수사팀 보강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 항만·공항을 담당하는 관세청 등 관계 기관이 빈틈없는 협력 체계를 갖춰 범정부적으로 강도 높은 단속과 대처로 마약과의 전면전을 벌여 마약 확산 고리를 반드시 끊고 마약을 근절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