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레고랜드 이은 보험사 자금경색, 금융안전망 구축 시급
한마디 / 레고랜드 이은 보험사 자금경색, 금융안전망 구축 시급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2.11.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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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시정일보] 최근 강원도 테마파크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돈맥경화’와 ‘신뢰 위기’가 증권사를 넘어 보험사와 카드사, 캐피털사 등 금융권 전반으로 계속 퍼지고 있다. 이렇듯 레고랜드 발 심각한 자금경색 사태로 인한 국내 채권시장 자금줄이 말라붙는 와중에 외화채권 발행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금융사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적용 시 기본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써왔던 신종자본증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긴 영구채) 발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1월1일 자산 기준 생명보험업계 8위인 흥국생명은 5억달러(약 709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연기했다. 15위인 DB생명보험도 300억원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이긴 하지만 통상 5년 이내 콜옵션 행사로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왔는데 이런 불문율을 깨고 국내 금융사가 외화채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던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한국 대형 보험사가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국제 금융시장에 공표한 것이어서, 향후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내년 만기 도래 외화 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249억 달러(약 35조원)에 이른다.

이런 파장을 막아야 할 금융위원회의 책임있는 역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4일 ‘세계경제연구원-우리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보험사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로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조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의 질문에 “외부에서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감안해서 해야 하는데, 아마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금융당국으로서 당연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의 ‘트리플 상승’에 더해 증시 폭락과 7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엄중한 상황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발 긴축한파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각각 연 4%와 9%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우량기업의 흑자도산 사태를 막되 회생 불가능한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나서야 함은 물론 규제 완화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집주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고질적 만성질환이다. 최근 5년여 동안 대부업 이용자가 170만 명을 웃돈다.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빚투·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폭증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파산이 사회문제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6일 “정책서민금융을 1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여파로 한계에 처한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되 정교하고 촘촘한 금융안전망 구축으로 신용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과도한 도덕적 해이는 경계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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