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특수본의 ‘용산소방서장 입건’ 공감하기 어렵다
사설 / 특수본의 ‘용산소방서장 입건’ 공감하기 어렵다
  • 시정일보
  • 승인 2022.1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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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를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데 대해 일선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소방 인력을 구조 작업에 늦게 투입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들은 “그 자리에 제가 있었어도 그분보다 더 잘했을지 의문”이라며 이례적인 규탄 성명을 냈다. 특수본은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지만 지금까지의 수사는 국민들의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하고 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현장 인근 119센터에서 대기했고 첫 신고 13분 뒤 현장에 도착,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을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현장 도착 즉시 소방 비상 대응 2단계 발령을 하지 않은 것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위험을 회피·제거할 업무상 주의 의무 이행을 게을리 했다”고 명시했다.

현장 상황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지휘관이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국 9·11 참사 때의 컨트롤 타워로 국토안보부장관도, 뉴욕 시장도 아닌 뉴욕 소방서장이었다는데서도 익히 알고 있다. 당시 뉴욕 소방서장이 군과 경찰을 통제하며 사태를 수습했고 소방서장의 말에 뉴욕시장도 대통령도 따랐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번인 날에도 현장에서 마이크 잡은 손을 벌벌 떨며 사상자 수습과 구조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구조를 전담하는 소방서장을 입건했다는 데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용산 소방서장은 참사 일선에서 분투한 유일한 현장 책임자이자 인명 구조에 사력을 다한 소방구급대원이었다. 이는 입건이 아니라 정부가 표창을 해야 할 인물이다. 늑장 대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전 용산경찰서장이나 용산구청장과 동일 선상에서 소방서장을 수사한다는 것은 소방공무원 전체를 모독하는 처사이며 결코 국민들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수사는 현장 대응의 적정성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사전 대비나 사후 대응의 부실 여부를 함께 규명해야만 향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혹여 특수본이 소방이나 경찰의 현장 대응만 문제의 초점을 맞춰 윗선 수사를 주저한다면 이는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울러 특수본의 수사가 성역 없는 수사가 되지 않는다면 특검 도입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 한 점 의혹 없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