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덧없다
아름다움은 덧없다
  • 임동훈 아이비성형외과 원장
  • 승인 2022.11.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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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 아이비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임동훈 원장
임동훈 원장

[시정일보]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시 ‘풀꽃’을 기억한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시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나는 또박또박 또 한 줄을 엮어 내렸다. ‘나도 그렇다’ 더도 말고 덜지도 말고 그저 내 나이에 맞는 향기와 내 꼴에 맞는 빛깔을 가진 풀꽃으로 타인에게 비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불린 비운의 황후가 있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의 황후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바흐(Elisabeth von Wittelsbach, 1837~1898)였다.

그녀의 불행은 그녀가 숨 막히게 너무 아름다웠다는 데 있었다. 1865년에 그려진 시시 초상화는 세계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그러나 시시는 평생 부담에 짓눌려 살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해야 했다. 그림 속 자기 모습이 자신의 경쟁 상대가 돼버린 것이다. 충직한 한 시녀는 ‘마마의 인생에는 주어지지 않은 복이 없는데도 마마에게는 깜짝 놀랄 정도의 깊은 우울함이 드려져 있다.’라고 일기에 썼다.

또 다른 노만 록웰(Norman Rockwell, 1894~1978)의 1954년에 그린 ‘거울 앞의 소녀’, 무릎 위에 잡지를 펼쳐놓고 거울 앞에 쪼그려 앉은 소녀 모습이다.

‘나는 왜 잡지에 나와 있는 여자처럼 아름답지 못할까?’라는 열등감 그리고 우울 불안을 드러낸 그림이다. 우리는 이 소녀처럼 현대 사회라는 거울의 방에서 외모에 집착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카메라 렌즈라는 작은 거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어떻게 외모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는 죽기 6주 전, 한 사진작가를 불러놓고 24시간 동안 2,600장의 사진을 찍어 모든 것을 드러내는 쇼도 벌였다.

외모에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이 있었는데, 젊었을 때부터 섹스 요청을 거절한 남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예전 같지 않고 추해지면서 결국에는 공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또 있다. 평생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제는 내면의 자신과 연결돼서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한다. 나이를 먹고 용기를 내서 나 자신이고자 하므로 자신을 아름답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렇다. 아름다움은 덧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우연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예컨대 바다나 하늘, 이 세계의 풍부한 아름다움은 완벽히 목적이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소유할 수도 저장할 수도 없으며 본질적으로 덧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것이 덧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버스 광고에서부터 지하철, 영화 스크린에서까지 성형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형이 광고계를 살려 먹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성형은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끼어든다.

이제 ‘왜’ 성형하냐고 묻는 것은 식상한 질문이 되었다. 성형은 ‘어떻게’ 성형을 실천하는지를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의 성장과 소비문화의 확산이 불러온 외모 중심주의 소수 여성의 사치와 향락의 징표였던 미용 성형이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자기 관리의 일부로 편입되고 보편화된 데에는 단순히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이 아니라 미용 성형과 관련된 제도와 담론, 기술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오늘날 산업화한 성형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한국 미용 성형의 역사를 개괄한다. 이어서 미용 성형이 외모 관리를 넘어 자기 계발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 미용 성형 산업을 조망 참으로 재밌다.

한 심리학자는 “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남녀노소 모두의 본능이고, 이 관점에서 이 여성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뭔가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은 곳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든다.”라고 했다.

성형수술 분야가 독특한 것은 상업의 영역과 의료의 영역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형은 상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의료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병원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더 고귀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도 유령수술 집도의가 성형수술을 하다가 사고를 내 환자가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꽤 있다.

이는 대리 수술 의사의 양심(대리 수술)은 엄연히 불법행위다. 사실 요즘은 10대 청소년 20대 여성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사춘기인 10대 청소년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선망하게 되고,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길 원한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을 찾게 될 확률도 높다.

성형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내가 왜 수술하고자 하는가’를 생각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미의 기준을 확고히 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허위 정보, 과장된 정보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진실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신체적 ‘문제’를 신중한 검증과정을 거쳐서 진료받고 치료받기를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획일화된 미에 대한 이해, 그 획일성의 한 사람이 이미 지신 아름다움의 측면, 자신이 이루고 싶은 고유한 개성에 대한 스스로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미용 성형은 단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페미니즘은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다양하게 표출하는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미용 성형 업계가 미용 성형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상실하지 않는 직업윤리의 회복하고, 의료 행위의 책임과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과다 치료, 유령수술, 대리 수술 또는 허위광고를 벗어나서 진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용 성형 병·의원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어쨌든, 의사가 될 때 하는 선서인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문구다.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는 수많은 참 의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그렇지 못하고 돈벌이와 불법행위를 일삼는 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의대생 시절 외쳤던 이 선서를, 처음 만났던 그 환자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