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아이를 치료할 의사가 없는 현실, 정부의 적극적 대안 필요
사설 / 아이를 치료할 의사가 없는 현실, 정부의 적극적 대안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2.12.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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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의료 접근성이 우수한 한국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볼 의사가 귀한 현실이 됐다. 유례없는 저출산이 그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나아가서 아이를 진료할 소아청소년과를 외면하는 젊은 의사의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얼마 전 아이가 심한 복통을 호소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가 없었다. 한 명뿐인 소아청소년과 담당 의사가 다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인근의 병원에도 소아청소년과 담당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김 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올라가기에 이르렀다.

소아청소년과 지원 의사(레지던트)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극심한 인력난에 수도권 대형병원이 어린이 환자의 입원 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 가천대 길병원은 이달부터 소아 환자의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그동안 수도권 일부 병원이 16세 이하 소아 청소년 등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멈춘 적은 있지만, 입원 환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국 소아청소년과 정원 199명 중 지원인력은 33명에 불과하다. 전국 대학병원 중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한 곳은 36%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가장 큰 종합병원(일산병원·동국대 일산병원·명지병원·일산백병원·일산 차병원) 5곳은 최근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 응급 진료를 중단한 바 있다. 최근 길병원처럼 입원진료까지 중단한 종합병원은 첫 사례다. 소아 진료 의사들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가족 모두 행복할 수 있게’란 사명감으로 일한다. 그런 이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의료진 부족’이다. 길병원의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 과정에서 소청과(정원 4명)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국 다른 상급병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해 소청과 경쟁률은 0.16대1. 정원이 207명인데 33명만 지원했다. 2017년만 해도 113.2%로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5년 새 의대 전공 과정 중 가장 많이 줄었다.

그나마 20명(61%)이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를 어느 정도 갖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된다는 서울 아산·서울대병원에 몰렸다. 소청과 정원을 반 이상 채운 병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내년에는 주요 대학병원을 포함한 전국 95개 수련 병원에서 소청과 전공의는 필요 인력의 39%만 근무하게 될 형편이다. 심각한 진료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인구감소로 가뜩이나 긴장된 시기에 소아청소년과의 수급 상황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비상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공의를 소아청소년과로 유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대안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