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 물가지수의 신뢰성
기고/ 소비자 물가지수의 신뢰성
  • 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12.16 08:55
  • 댓글 0

임종은(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임종은
임종은

[시정일보] ‘물가’나 ‘물가지수’라고 하면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경제전문가 또는 경제를 기획하는 공직자들만이 관심을 가지고 사용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너무나 밀접한 용어이다.

물가지수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물가의 변동 상황을 시기에 따라 나타내고자 할 때, 그 기준이 되는 때를 100으로 하여 비교하거나 나타내는 숫자라고 한다. 물가지수는 대개 ‘소비자 물가지수’와 ‘생산자 물가지수’로 보고 있다.

그런데 소비생활을 하는 많은 서민은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되고 있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물론 발표된 지수가 학술적 이론이나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해서 작성되는 숫자이겠지만, 서민 생활과는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는 40여 개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구입 비중이 큰 500여 개의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된 소비자 구입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측정, 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의‧식‧주를 들었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이를 충족해야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생활 양상과 가치가 변화하고 고급화되면서 생활에 필요한 요소와 개념도 바뀌게 되었다. 사실 물가지수라는 숫자가 물가의 변동추이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로써 국가나 물가 당국에서 경제 동향 분석이나 경제정책 수립 등에 이용되긴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시장바구니 물가가 현실감 있게 와 닿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소비자 중에서도 부유층으로 올라갈수록 지출에 대한 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충격은 적을 것이다. 반면에 적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가계일수록 소비자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이 가계조사를 통해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1857년에 이미 발견한 이론이다.

현실적으로 일주일마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시장 등에서 얼마 전까지는 3만 원이면 장바구니가 가득했는데, 이젠 5만 원 가지고도 예전만 못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걱정한다. 그런데도 정부 발표는 물가상승률이 5%라고 발표한다면, 이런 발표를 접할 때마다 일반 서민들은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 개념으로 볼 때는 조사된 데이터에 의해서 산출된 정확한 통계 숫자라고 하겠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숫자는 국민에게 불신만 주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점차 확대 다변화되듯이 물가 조사 및 작성 기법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때에도 자주 언급된 ‘엥겔의 법칙’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식료품비,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문화비 등 다섯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소득의 증가에 따라 식료품비에 대한 지출 비중은 점차 하락하고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에 대한 지출 비중은 비교적 변동하지 않지만, 문화비에 대한 지출 비중은 소득의 증가에 따라 급속히 증가한다는 법칙을 감안해 볼 때, 소비자 물가지수 작성 시 일차적으로 식료품비, 이차적으로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3차적으로 문화비, 레저여행비, 외식비, 고급 가구 및 장신구 구입비 등으로 세분하여 통계의 가중치를 적용한다면 좀 더 합리적 소비자 물가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국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하는 데는 상대가격의 가중치를 가지고 산술평균을 구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비전문가인 국민은 세부적인 적용 여부를 알 수 없다. 소비자 물가지수를 작성할 때 사용되는 모집단에는 임금 및 봉급 생활자의 가구도 포함될 것이며, 소비자의 구매력과 가계의 생계비 측정, 임금 인상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리라 본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물가 상승률과 임금 인상률과의 관계도 봉급 생활자에게는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보면 2021년 3.2%, 2022년 5.0%, 2023년 5.1%이며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4%로 나타났다.

2023년도는 전망치이긴 하지만, 물가와 임금의 상승률이 3.4배의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저임금 봉급 생활자의 가계이다. 물가지수나 물가상승률에 대한 불신에 더하여, 물가 상승률과 임금인상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향후 서민 가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선 정확하고 합리적인 물가지수와 상승률의 산출은 물론, 저임금 생활자 가계를 위한 급여 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