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
시정칼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2.12.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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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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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대한민국 핵심인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2022년 사자성어(四子成語)로 꼽은 1위가 묘서동처(猫鼠同處), 2위가 인곤마핍(人困馬乏)이다. 올해의 정치ㆍ사회ㆍ문화 현상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어 어울리고 있다는 뜻이며, 인곤마핍이란 사람(人)도 말(馬)도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한 어려운 시국에서 정치판의 비상식적인 내로남불, 거짓 정보 및 맹목적인 네거티브로 인한 진흙탕 싸움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이 지치고 피곤한 한 해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여 일갈하고자 한다. 사회적 이견을 좁히고 타협을 통해 합의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요즘 정치권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한 정치는 사라지고 배제와 독단, 증오와 독설만이 난무하고 있다. 길 잃은 정치판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어쨌든, 제 갈 길만 가는 정치,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로 인해 정파적 지지자들 간 대립과 갈등은 고조되었고, 중도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가중되고 있다. 국가적 과제는 산적해 있고 경제 및 안보의 위기는 몰려오는데 딱히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게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열차를 마주 보고 달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꽉 막힌 정치를 풀어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다.

결국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이제 취임 후 7개월이 흘렀다. 시행착오가 용인될 수 있는 수습 기간이 끝난 셈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해질 수도 있다. 포용과 공감 없이 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고 국정 운영의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지도력의 변화가 절실하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여당이나 야당 모두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요즈음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이다.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 여당이 야당 되었을 때나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모두 똑같다.

여야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또는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 달라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수록, 정치를 알면 알수록 화병이 생기는 나라이다.

자살률, 실업률, 노인빈곤율 및 고독사는 높아만 가고, 출산율과 서민경제의 수준은 낮아지고 있으며, 복지 사각지대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민의 삶은 날로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솔직히 화병이 생기지 않으려면 정치를 멀리하고 먹고사는 데 치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지금 화병이 생길지라도 정치권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우리 자손과 후손들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그냥 굴러 들어온 것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이 피를 흘리며 간절히 민주화를 외치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정치권이 대승적으로 협력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자기 잘못을 모르는 정치 지도자는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이것이 역사의 산 교훈이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은 같은 판단을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에 대해 침묵과 무관심은 지성인들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사회적 이견을 좁히고 타협을 통해 합의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요즘 정치권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는 사라지고 배제와 독단, 증오와 독설만이 남았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열차를 마주 보고 달리는 듯하다.

정부와 여야 모두는 잘못된 것에 대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할 줄 알며,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협치하며, 경제발전과 민생안정 및 복지증진에 매진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의 그늘이 곳곳에 드리워진 여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아닌가?

그리고 비판을 위한 비판과 반정부 운동은 애국적인 선택이 아니다. 6·25전쟁 때 정부의 무책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안보 문제는 어느 한쪽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방향과 목적 설정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정도를 되찾아 세계무대로 진출해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 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