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물사랑’ 대장정 오르다
성북구 ‘물사랑’ 대장정 오르다
  • 시정일보
  • 승인 2004.05.06 13:31
  • 댓글 0

서찬교 성북구청장(우측 첫번째)과 지역주민들이 정릉천 계곡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물사랑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구를 생물체의 행성으로 만든 원천이며 인류문명의 모태인 물. 물은 공기와 더불어 지상의 모든 물질중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어 우리는 그동안 물을 너무 ‘천대’하며 살아왔다. 특히 1960∼70년대를 거치며 획기적으로 늘어난 상수도 정비로 우리는 20년이상 물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수도가 마시는 물로서의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학계를 중심으로 미래의 물 위기가 예고되면서 ‘치수’가 행정의 집중관리종목으로 채택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물사랑 실천운동 종합계획’의 닻을 올린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치수행정에 관한한 전국기초자치단체중 엄지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선두주자며, 물 절약과 하천 오염의 주범인 생활하수의 획기적 감소를 목표로 대 구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본지는 개발지상주의에서 환경우선주의로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성북구의 활약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키로 한다. -편집자주-


환경부가 인정한 ‘톱 브랜드’


성북구의 ‘물사랑 실천운동’은 작년 8월 서찬교 구청장 등 구간부와 성북구 여성단체연합회 회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닻을 올린 후 현재 순항중인 종합계획으로, 금년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환경부에서 전국적으로 수집한 ‘기관별 추진계획’ 책자의 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한 모범적 행정사례다.
광역자치단체들의 활동을 모아 편집한 두껍지 않은 책자에서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6쪽의 면을 독자적으로 할애받은 성북구는 환경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인정한 ‘물’ 관련 행정 최우수 기초자치단체에 다름아니다.


“물사랑은 물 절약부터”


금년 2월3일 구관계자와 시민단체, 직능단체장, 관내 주민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가진 ‘물사랑 실천운동’은 물을 사용하는 구의 모든 구성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고 한시적 사업도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이점을 인식하고 있는 구는 크게 세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물절약과 생활하수 방류 억제, 대민 홍보 등이 그것인데 먼저 물절약을 위해 구는 지난 2002년부터 2000년 이전에 건축된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양변기와 수도꼭지에 절수기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고 있는데 오는 2006년까지 12만2000개를 교체할 계획이다.
구는 교체작업을 위해 2개반 7명의 직원을 전담반으로 편성해 운영중이며, 금년 교체 목표치는 2만개로, 교체 계획이 완료되면 물 사용량이 현재의 7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구는 기대한다.
공동주택 신축시 조경, 분수, 건물청소, 비상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빗물저수조 설치를 유도하는 것도 물 절약을 위한 구의 ‘꾀’다. 구는 세대당 1톤 정도의 빗물 저수로를 설치하면 건축사업주에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수도요금을 깍아주도록 수도사업소에 통보할 방침이다.
구는 또 주민들에게 설거지할 때 반드시 설거지통을 이용하고 빨래감을 한번에 모아 세탁기 수위를 알맞게 조절하는 한편, 샤워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물사용량을 30∼7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물절약을 위한 구민설득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속까지 파고든다. 가족과 이웃들에게 “물을 아껴쓰자”라는 말을 자주하고 어린 자녀들에게 물절약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환기시키는 외에, 수도계량기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누수여부를 점검하는 것도 물절약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주민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맑은 물 얻으려면 더러운 물 버리지 말아야”


구의 ‘물’정책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하수배출 억제책이다. 하수구를 통해 흘러간 커피 한잔을 정화하려면 1만4000배, 우유는 2만배의 맑은 물이 필요하며 서울의 수질오염원중 생활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성북구가 생활하수에 쏟는 각별한 관심이 이해 된다.
구는 폐식용유와 각종 음식물, 합성세제가 수질오염의 주범임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특히 폐식용유의 경우 하수구에 직접 버리면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하기 때문에 휴지로 깨끗이 닦아 따로 버릴 것을 주문하고, 각 음식별로 정화에 필요한 물의 양을 알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구는 수질 오염원 배출 억제를 마냥‘웃는 낯’으로만 하고 있지 않다. 관내 세차장, 경정비업소, 주유소, 운송회사, 세탁업소 등 604개업체를 대상으로 수질오염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상시 감시체제를 갖춰 위법시 관련법규에 따라 강력한 의법조치를 해 나가고 있다.
정화조·재래식 화장실과 지하수 폐관정 관리도 구의 주요 관심사다. 관내 4만500개의 단독 정화조와 2500개의 재래식화장실에 대해 이달말까지 실태를 파악하고 지하수 폐관정을 찾아 원상회복하는 것도 지하수를 통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구의 노력이다.

“홍보로 주민들 집안에 들어간다”


사적 공간인 각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물 낭비와 생활하수 방류를 구의 행정력이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구민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갖고 움직여 주어야 구의 행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구는 구민들이 전향적인 인식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구는 우리나라의 물사정과 물관련 세계적동향, 생활속에서의 물절약·오염방지 방법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물사랑 실천 주민운동’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해 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구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관내 41개 초·중학교를 순회하며 ‘물사랑 실천운동’의 중요성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방법 등을 관련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하고 있다.
구가 청소년들에게도 물사용과 관련한 교육·홍보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물사용에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구는 또 매월 첫째, 셋째주 수요일을 ‘물사랑 현장체험’ 견학일로 정해 주민과 직능단체원을 대상으로 구청을 출발해 중랑하수처리장과 뚝도정수사업소, 성북·정릉천을 거치는 ‘테마별 현장체험 코스’를 돌고 있는데 올해에만 1000명이 넘는 인원이 ‘견학’을 마치게 된다.
매스컴과 기관지를 이용한 대언론 홍보 역시 구의 주요 활동영역이다. 구는 지난 2월5일 물사랑 실천운동 선포식을 케이블 TV로 중계방송해 구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바 있고, 물사랑 실천 홍보전단지 2000부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했으며, 주민들의 ‘사랑방회의’인 반상회에서 물문제를 상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성북소리’지에 ‘물사랑 실천운동’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구는 현재까지 ‘물사랑 실천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쏟을 계획이다.
올 2분기에 잡혀있는 구의 계획을 훑어보면,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물사랑 실천’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를 열고 물사랑 일기장 2500부를 나눠 줄 예정이며, 관내 전 위생업소를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와 음식물쓰레기 하수구 무단투기방지를 유도하는 홍보물 2000부를 제작·배포할 방침이다.

“물 사랑은 계속된다”


성북구의 ‘물 사랑 실천운동 종합계획’은 구의 전주민과 전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와이드 사업으로, 구는 작년 8월이후 ‘집요하게’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삐를 놓지 않고 계속해 나갈 태세이다. 물 정책이 한시적으로 추진되면 한시적인 효과 밖에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성북구의 행보는 옳은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


=== 우리나라의 물사정 ===


‘펑펑’ 쓰는 물부족 국가



성북구의 물사랑 실천운동은 크게 보면 물부족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에 대한 위기감이 없고,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395리터로 OECD국가중 최고 수준에 이를만큼 ‘펑펑’ 쓰고 있는 중이다.
‘치수’ 당국자들의 숨은 노력탓에 많은 국민들은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70년대부터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었고, 인구증가와 급격한 산업발전으로 물사정이 점점 악화돼, 2006년에 4억톤, 2011년엔 연간 2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자원 여건엔 불리한 점이 많다. 연평균 강수량이 1,283mm로 세계 평균치보다 1.3배정도 많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12%에 불과할만큼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지형적 여건도 좋지 않다. 높디 높은 백두대간이 동쪽에 버티고 있어 하천경사가 급해 비가 오면 금방 바다로 흘러가 버려 안정적인 하천수 이용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또 연도별, 지역별 강수량의 차이가 커 효율적인 수자원관리가 힘들고 6월과 9월사이에 전체 강수량의 3분의2가 집중돼 여름엔 홍수가, 겨울과 봄엔 가뭄이 빈발하고 있어 댐이나 저수지 등 ‘담수’시설이 물 이용의 필수조건이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난 30여년동안 우리의 도시화·산업화는 급속히 진행돼 왔다. 이에 따라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국의 하천은 ‘검게’ 변한지 오래며, 농촌 지역도 비료,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고, 축산폐수도 오염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어 전국의 강물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 물사랑 실천운동을 보는 기자의 눈 ===


‘사막에 핀 꽃’


성북구는 매월 첫째, 셋째주 수요일 주민과 직능단체원을 대상으로 중랑하수처리장, 뚝도정수사업소, 성북정틍천을 거치는 테마별 물사랑 현장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사정이 여러모로 불리하고 하천오염이 심각해 자치단체별로 물관리 노력이 배가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업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고 사업예산도 부족한 그야말로 ‘불모지’와 다름없다.
치수사업은 대부분 규모가 방대하고 사업기간이 길어 단체장들은 4년의 짧은 임기에 손을 대기 꺼리는 분야인 것이다. “눈에 띄는 인기사업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 돈 들여 물사업은 안하겠다”는 것이 민선 단체장들의 속내이다.
이런 환경에서 물종합사업을 추진하는 성북구의 경우는 ‘사막에 핀 꽃’에 비유될 수 있다. 금년 3월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환경부에서 모은 전국 자치단체들의 물관련 사업들을 훑어보면 한마디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긴 안목으로 물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끈기’는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 단발성 홍보행사에 그치고 ‘마스터 플랜’ 같은 ‘대작’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헛 일이다.
그중 눈에 띄는게 성북구의 ‘물사랑 실천운동 종합계획’이다. 아직 사업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성과를 논하긴 어렵지만, 물절약·수질오염 방지대책·주민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체계적이고 장기적 안목을 갖춘 사업으로 조금만 다듬으면 기초자치단체 물관리 사업의 ‘바이블’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사업으로 평가할만 하다.
‘물사랑 실천운동 종합계획’은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성북천·정릉천 살리기’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사업이기에 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훗날 얘기지만 약간의 방심만 있으면 애써 살려놓은 성북천·정릉천은 ‘흉물’로 바뀔것이기 때문에 구가 물사랑 실천운동에 쏟는 노력은 배가 될 것이고, 구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 분명이 타 자치구들이 벤치마킹을 하게 될 것이다.
‘물사랑 실천운동’은 성북구의 경계를 넘는 의미있는 사업임이 분명하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