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얼굴 없는 천사, 그들은 누구인가?
시정칼럼/ 얼굴 없는 천사, 그들은 누구인가?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2.12.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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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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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연시지만 좀처럼 호주머니 열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비현금성 기부, 즉 기부 물품으로는 의류, 식량 등 각종 생활용품 그 외 헌혈,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온정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말해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의 정은 작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의 그늘이 곳곳에 드리워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불황이 본격화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가 더욱 절실한 상황 속에서 한사코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잇따른 ‘얼굴 없는 ‘기부 천사’가 있다.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증거다. 특히 자신도 어려우면서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는 선행은 주변을 더욱 따듯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80대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어린이 구호단체에 150만 원,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할머니가 1년 동안 재활용품 팔아 모은 돈 53만 원을 검은 봉지에 넣어 면사무소에 그냥 놓고 갔다. 그리고 90대 할아버지가 청주시에 1억 원을 익명으로, 또한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 익명 기부자가 “불우한 소년소녀가정 및 어려운 이웃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200만 원을 놓고 갔다. 전주에서는 7,600만 원을 동사무소에 놓고 간 남성이 “어려운 분을 위해 써달라“라는 말만 짧게 남겼다. 모두 얼굴 없는 천사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연말을 맞아 익명의 기부 천사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어 추운 겨울을 힘들게 보내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경기 악화로 후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기부는 취약계층에는 단비와 같다.

어쨌든, 메모 쪽지 또는 한마디 말만 전할 뿐 익명 기부였다. 천사는 자취 없이 마음으로 사랑을 전할 뿐이런가? 기부 한파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 같은 기부 천사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부 천사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아울러 일반인들도 세밑에만 반짝 기부 행렬에 나서지 말고 사계절 내내 소외 이웃을 보듬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 작은 기부도 사랑의 시작이며 곧 행복이다.

이름 없이 기부하는 비닐봉지 천사들, 코로나 환란으로 3년여 동안 불황이 계속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늘어가는 가운데서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이어지고 있어 가슴을 울린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계층에 대한 기부자의 성금 릴레이는 더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세모가 되다 보니 어디에선가 추위와 굶주림과 병고에 떨고 있는 이웃이 있고 그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들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른다. 다행히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익명으로 후원하는 시민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지만 너무나 미흡할 뿐이다.

요새 연말연시를 맞아 향우회,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문전성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그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모임 비용을 줄여 성금을 모으거나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도운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모임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 성큼 찾아온 한파에다 고물가·고실업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웃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심리도 위축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은 마음이라도 쪼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

‘나눔이 곧 행복이다.’ 큰 나눔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맛보는 방법의 하나가 작은 나눔의 실천이 아닐까? 나눔은 자발적인 활동이다. 또 나눔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적이며 공익적 활동이다. 나눔은 사람들 사이에 서로 주고받는 일상생활이다. 나눔은 물질 기부, 시간 봉사, 이웃돕기, 시민참여 활동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가진 행복을 조금씩 소외된 이웃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으로 벌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야 한다.

나눔문화 없이는 사회통합이 있을 수 없으며 갈등 구조가 심각한 사회는 복지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기부활동은 살맛 나는 따뜻한 사회로 만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가진 자들의 기부문화를 통해 이웃사랑을 나눌 수 있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사회통합도 가능해진다.

우리 사회에 가장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조성되려면 먼저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기부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기부자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기부에 대한 교육이 늘 이루어져야 하고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여건과 조세제도도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가 가진 행복을 조금씩 소외된 이웃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으로 벌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