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5 모험, 고난의 여정을 헤치고
인문학 산책/ #5 모험, 고난의 여정을 헤치고
  • 현외성 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1.05 09:43
  • 댓글 0

현외성 | 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우리는 누구나 가족에 속하여 산다.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 성장하여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살다 죽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이다.

삶의 과정,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한 개인의 삶은 가족 내에서 가족 관계의 연관 속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며 사랑을 교환하면서 살아간다.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문제와 사건, 사회적 환경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자녀의 역할, 부모의 역할이 쉽지 않은 시대이다. 그만큼 가족을 유지하고 가정을 지키는 일이 점점 힘들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탈산업화 시대와 코로나 19 사태가 중첩되면서 가족과 가정의 해체는 더욱 가속화되면서 가족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 범상치 않은 시기이다.

약 2,500년 전 그리스 시대 호메로스에 의해 쓰여진 『오뒷세이아』는 서양문화의 원류로서 인류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방대하고 복잡한 서사시이다.

이 작품이 서양을 위시하여 전 인류의 인문학 고전으로 수용되는 이유는 당시 문자 시대 그 이전부터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서사시의 형태를 빌어 문자화한 작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 인간의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가족애와 모험, 고난, 극복, 지혜, 인내, 성장, 복수, 승리 등의 스토리를 절묘하게 엮어 인간 삶의 여정을 극적으로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트로이아 전쟁 후 고향 집으로 돌아가려고 온갖 모험을 하지만 10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오뒷세우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를 찾으려는 아들 텔레마코스, 집에서 남편이 귀향하기를 끝까지 기다리는 지조 있는 아내 페넬로페를 둘러싼 감동적인 이야기가 『오뒷세이아』의 핵심 줄거리이다.

온갖 고난과 모험을 인내와 지혜로 극복하고 운명을 개척해나간 주인공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는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을 넘어 지도자로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스 연합군에 의하여 트로이를 함락하고 모든 연합군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오뒷세우스는 포세이돈의 분노로 말미암아 10년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중해를 방황하면서 요정 칼륍소의 섬에 묶여있다.

오뒷세우스의 고향 이타케에서는 거의 20여 년이 다 되어가도록 트로이 전쟁 원정길에 나섰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108명의 남자들로 인하여 왕궁은 점차 피폐되어가고 있다.

어느 정도 장성한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힘과 용기를 내어 그리운 아버지의 행방을 찾으러 여행에 나선다. 텔레마코스는 먼저 퓔로스에 사는 네스토르를 방문하고 다음으로 스파르테의 메넬라오스를 방문할 계획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제우스신의 명령으로 요정 칼립소는 오뒷세우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이때 요정 칼륍소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영생하는 여신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고향에 있는 필멸하는 인간, 미모도 자신에 미치지 못한 인간 페넬로페와 지내는 것보다 좋지 않겠느냐고 떠나보내기 전에 다시 한번 오뒷세우스에게 묻고 있다.

그때 오뒷세우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대화 속에서 오뒷세우스의 아내와 아들,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마음, 결단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운명과 고난을 넘어 귀향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준다.

“존경스러운 여신이여, 그 때문이라면 화내지 마시오.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생김새와 키에서 마주보기에 그대만 못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아오. 그녀는 필멸하는데, 그대는 늙지도 죽지도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주 빛 바다 위에서 난파시킨다 해도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이 있기에 나는 참을 것이요. 이미 파도와도 전쟁터에서도 많은 것을 겪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칼립소를 떠나 고향으로 향하지만, 다시 뗏목은 난파되어 파이아케스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흘러가 공주 나누시카아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오뒷세우스는 그 나라의 왕의 궁정으로 인도되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자신이 겪었던 모험과 고난과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식인 거인 퀴클롭스들의 나라에서 만난 폴뤼페모스에게 자신의 부하들이 잡아먹힌 이야기와 오뒷세우스의 기지로 외눈박이 눈을 멀게 한 다음 동굴 속에서 빠져나온 이야기, 마녀 키르케 이야기 그리고 저승에서 수많은 영웅과 전우들, 어머니 그리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 오뒷세우스의 미래 여정에 대해 알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오뒷세우스는 세이렌 자매, 스퀼라, 카륍디스 그리고 헬리오스의 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나 힘들고 고난을 겪은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파이아케스 나라의 왕이며 나우시카의 아버지인 알키노오스가 많은 선물과 함께 가까운 이타케로 데려다줄 빠른 배를 내주었다.

그리하여 오뒷세우스는 마침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하였다. 고향에 도착한 오뒷세우스는 인내와 지략을 가지고 산마루 숲속에 떨어져 살고 있는 충실한 돼지치기 하인 에우마이오스를 조용히 만난다.

그 후 오뒷세우스는 암살자들 몰래 귀국한 아들 텔레마코스와 돼지치기 하인 집에서 감격의 만남을 나누고 이들 세 사람은 수많은 구혼자와 그 추종자들을 어떻게 죽일 것인지에 대해 전략을 짠다.

한편 아내 페넬로페가 구혼자들에게 문제를 내는데, 오뒷세우스가 사용하던 큰 활을 가지고 앞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열두 개의 도끼에 난 구멍을 꿰뚫는 사람의 부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구혼자들이 나서서 활을 당겨보려고 하지만 당길 수 없자 거지 차림의 나그네로 변장한 오뒷세우스가 나선다. 그가 활을 잡아당겨 시위를 발사하자 화살은 보기 좋게 열두 개의 도끼 자루의 구멍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꿰뚫고 지나간다.

그 즉시 아들과 미리 준비한 대로 구혼자들을 죽이고 오뒷세우스는 집을 평정한다. 마침내 오뒷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를 만난다. 오뒷세우스가 보여준 생각과 행동은 먼저 집과 가족에로 돌아가려는 귀향의 의지이다.

오랫동안 어떤 고난과 위험, 유혹이 있다고 해도 굴하지 않고 인내하며, 지략과 지혜로써 돌파해 나아가는, 운명을 극복해가는 영웅의 모습이다.

둘째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인내하며 전략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식인 거인 폴뤼페모스에게 붙잡혀 부하들이 잡아먹히고 모두 죽게 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서 동굴에서 탈출하는 장면이라든지, 고향 이타케에 도착해서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산마루 숲속에 떨어져 살고 있는 충실한 돼지치기 하인 에우마이오스를 조용히 만나고 아들과 상봉한 다음 아내 페넬로페를 구출하고 구혼자들을 물리칠 계략을 완벽하게 꾸미는 장면은 오뒷세우스가 지혜와 인내, 책략의 주인공임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조와 절개를 가진 아내 페넬로페의 남편을 향한 일편단심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를 찾아 모험의 길을 나서는 아들 텔레마코스의 성장기가 잘 어우러진 서사시로, 고전으로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