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직위 이용해 재물 탐하면 자리 욕되게 하고 자신 망쳐
시청앞 / 직위 이용해 재물 탐하면 자리 욕되게 하고 자신 망쳐
  • 정칠석
  • 승인 2023.01.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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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仁者(인자)는 以財發身(이재발신)하고 不仁者(불인자)는 以身發財(이신발재)니라. 未有上好仁而下不好義者也(미유상호인이하불호의자야)요, 未有好義其事不終者也(미유호의기사불종자야)요, 未有府庫財非其財者也(미유부고재비기재자야)니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서 ‘어진 사람은 재물을 사용해 자신을 일으키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킨다. 윗사람이 인을 좋아하는데 아랫사람이 의를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며 의를 좋아하는데 그 일이 좋은 끝맺음을 보지 않은 적은 없었으며 인과 의를 따라 행해서 창고의 재물이 자신의 재물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재물을 사용해 자신을 일으킨다 함은 재물로 민심을 사고파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혼자 독점하지 않고 만인과 공유해 덕망을 얻는다는 것이다.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킨다 함은 오로지 재물을 쌓는 것에 급급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그 권력을 이용해 재물을 긁어모으다가 자리를 욕되게 하고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것이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키는 것이다. 윗사람이 재물에 욕심을 두지 않고 오직 인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면 아랫사람은 의로써 충성을 다한다. 의로써 충성을 다하면 웃사람이 하고자 했던 일은 자연히 좋은 끝맺음을 보게 된다.

작금에 들어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언론사 간부들과 수억 원대 돈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이는 일부 기자와 매체에 국한된 일이지만 전체 언론과 언론인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윤리강령에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돼 있으며 특히 3항 품위유지 ‘우리는 취재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듯 언론의 사명은 항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오직 사회정의에 입각해 당파를 초월한 정론으로 진실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언론의 책임과 품위를 중시하는 늘 깨어있는 정론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해당 매체들은 관련자의 업무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번 대장동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언론인이 특정인의 이권 사업을 돕기 위해 금품을 제공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반적인 금품수수행위보다 사건이 훨씬 중차대하고 비도덕적이다. 차제에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의 위법·불법 행위가 사실로 들어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