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산책 #10 인간의 본질, 자아성취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삶
인문학산책 #10 인간의 본질, 자아성취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삶
  • 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2.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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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사람들이 생애 전 과정을 열정적으로 다양한 편력을 경험하며 산다는 것은 인간의 이상이며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가족과 부모의 사랑,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거쳐, 방황하고 질풍노도의 삶을 살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격정과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경험하여 배우자를 만나고 가정을 이룬 성인기, 그리하여 가족과 사회와 자신을 위해 일과 직업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던 성인기를 지나고, 어느덧 신체적 한계와 정신적 성숙을 이루며 인생의 본질과 영원을 성찰하는 노년기에 이르는 과정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이다.

괴테가 일생을 통해 집필하였던 『파우스트』는 6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요하게 매달렸던 걸작이다. 그 내용은 방대하고 복잡하며 인간의 본질과 생애를 다룬 역작이다.

이 속에는 “괴테의 삶과 세계관, 즉 슈트룸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기의 자유분망한 천재성, 그리스 조화미를 추구한 고전주의 정신은 물론, (괴테의) 80년에 이르는 긴 생애의 온갖 체험과 예지가 깃들여 있다.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니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적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정서웅, 파우스트, 2012)

노년에 접어든 파우스트 박사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 치열하게 노력하였지만,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법에 몰두하여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고자 하고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을 통해서도 세계의 본질을 알 수 없어 절망에 빠져 파우스트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순간에 부활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서 자신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였던 세속의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풍성한 삶을 갈망할 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여 파우스트와 계약하여 세속적 쾌락적 삶을 선물하는 대신 영혼을 파는 것으로 약속한다.

파우스트는 말한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 거야.”

“시간의 여울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한번 뛰어들자꾸나! 거기 고통과 쾌락이 성공과 실의가 멋대로 뒤엉켜와도 좋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지식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 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 이끌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20대의 청년이 되어, 순수한 그레트헨을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는데,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죽이고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

그레트헨은 감옥에 갇히고 파우스트로 하여금 이를 잊게 하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는 발푸르기스의 밤의 환락경으로 이끈다. 하지만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죄책감으로 그레트헨을 구하려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레트헨은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감옥에서 탈출하자는 파우스트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레트헨은 죗값을 치르겠다고 한다. 파우스트는 지친 영혼과 육체를 자연에서 회복하여, 다시금 삶의 최고 형태를 추구하는 데 전념하리라고 다짐한다.

황제의 궁성에서 파탄지경인 황제를 파우스트가 구해내고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요청도 승낙하여, 메피스토펠레스가 일러준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 나라’로 가서 헬레나에게 손을 뻗친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정서웅, 파우스트, 2012) 파우스트는 다시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헬레네와 만나 결합하게 되고 아들도 낳는다. 하지만 결국은 아들도 죽고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진다.

오직 그녀의 옷과 면사포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겨진다. 자연상태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시 한번 욕망, 명예, 정열의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하지만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그러면서 파우스트는 새로운 계획을 구상한다.

“이 지상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어. 놀랄 만한 일을 해야 해. 과감히 노력하고픈 힘이 느껴지네.”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스스로 결실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안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 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나는 재빨리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저 도도한 바다를 해안에서 쫓아내 축축한 땅의 경계선을 좁히고 파도를 저 바다의 안쪽으로 밀쳐버리는 그런 값진 즐거움을 얻어보겠노라고 나는 이 계획을 차근차근 검토해 보았다. 이게 내 소망이니 과감히 진척시켜 주게나!”

파우스트는 황제에게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많이 늙은 파우스트는 악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파우스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해안가 개간의 땅을 바라본다.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주는 것이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 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 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파우스트는 뒤로 쓰러져 죽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 순간을 기다려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속죄의 여인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한다. 천사들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인도하며….

“영들의 세계에서 고귀한 한 사람이 악으로부터 구원되었도다.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희곡 『파우스트』는 신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논쟁이 인간 파우스트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천상의 서곡’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주님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파우스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신의 경지에 이르고 싶었던 사람이다. 학문의 힘, 정령의 도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초월적인 경지에 이르고자 욕망하였던 파우스트였다.

세속적인 쾌락을 맛보고 권력을 얻었으나 일장춘몽과 부질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마지막에 파우스트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타적 사랑을 실현하려는 자유의 땅 낙원을 만들려고 하면서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영혼을 내주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파우스트의 죄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간구한 그레트헨의 사랑으로 그는 구원된다. 주님의 은총으로 “노력하는 인간” 파우스트를 악으로부터 구원한다.

괴테가 집필한 문학작품으로서 『파우스트』에 나타난 구원은 전통적인 기독교적인 구원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는 르네상스적인 인간상 속에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아성취를 드라마틱 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내지만, 결국은 주님의 도우심으로 사랑이 구원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