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 고통은 ‘현재진행형’…“본질적인 것들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재민들 고통은 ‘현재진행형’…“본질적인 것들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 신대현
  • 승인 2023.02.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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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의회 노성철 의원(재해대책특위 위원장) 인터뷰
“기후변화 때문에 비가 적게 올 거란 확신 없어…매뉴얼 정비돼야”
“대심도 터널 건설까지 ‘이 대신 잇몸’이란 마음으로 버텨야”

[시정일보 신대현 기자] “사당1동 남성사계시장에 삼정유통(삼정월드DC마트)이라는 마트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이곳 수해로 인한 재산피해만 6억원입니다. 그런데 보상받은 건 5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 가게 사장님과 만났는데 사장님이 그때 눈물도 흘리셨습니다. 나라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한정돼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매뉴얼대로 집행부가 잘 이행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우리 구의원들의 역할입니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동작구의회 노성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흑석동, 사당1ㆍ2동)은 재해ㆍ재난사고 시 주민들의 안정과 안녕을 위한 구의원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동작구민들의 선택을 받아 초선의원으로서 착실히 의정경험을 쌓고 있다. 제9대 전반기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직과 행정재무위원회 부위원장직도 겸하며 왕성한 의정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 의원의 이력 중 눈에 띄는 게 있다. ‘서울특별시 동작구의회 구민안전 및 재해대책 마련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줄여서 ‘재해대책특위’가 바로 그것이다. 재해대책특위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관내 주요 사고의 피해 원인과 사고 발생 경위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사고 처리 상황 등을 조사해 향후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수방대책을 수립하고자 지난해 12월21일 개회한 제325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활동계획서가 채택돼 구성됐다. 이 위원회 위원장을 노 의원이 맡고 있다. 노 의원 말고도 부위원장인 이주현 의원을 포함해 김효숙ㆍ이지희ㆍ장순욱ㆍ정유나ㆍ변종득ㆍ김영림 의원 등 총 8명의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동작구의회 노성철 의원은 ‘서울특별시 동작구의회 구민안전 및 재해대책 마련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난해 8월 발생한 수해피해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동작구의회 노성철 의원. 노 의원은 ‘서울특별시 동작구의회 구민안전 및 재해대책 마련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난해 8월 발생한 수해피해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집 안에 남은 꿉꿉함, 벽지에 남은 자국…“명확히 된 게 없다”

지난해 8월8일 유례없는 호우로 서울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였다. 특히 동작구의 피해가 유난히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려 80년 만에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118.6㎜)를 갈아치웠을 정도였다. 반지하방 침수로 거주하던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한 아파트는 옹벽이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인명ㆍ시설 피해도 많았다.

비가 그치고 두 번의 계절을 거쳐 해가 바뀌었지만, 행정적인 부분만 정리됐을 뿐 본질적인 것은 고쳐지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라고 노 의원은 말한다. 금전적인 보상은 이뤄졌을지언정 무엇 하나 명확히 된 게 없다는 거다.

“행정적으로 정리될 부분은 정리됐지만, 본질적인 것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저지대가 침수됐을 때의 대처법이나 매뉴얼들이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기공사를 하던 기간제 일용직 공무원이 사망했고, 반지하 주민 한 분도 돌아가셨습니다. 유족들에 금전적인 보상이 이뤄졌다지만 저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그에 따른 어떤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뤄진 게 없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명확히 하고자 이번 재해대책특위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노 의원이 제시한 집중호우 피해ㆍ복구 관련 민간특별위원회 결과보고에 따르면 재산피해만 760억원(공공부문 158억원, 민간부문 602억원)에 달하고, 3786세대의 침수 신고가 있었으며, 추산 이재민이 6500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동작구 동 가운데 피해가 제일 많았던 곳은 사당1동으로 모두 817건이었다. 사당1동은 노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당시 노 의원은 수해복구를 위해 현장을 찾았고 이재민들을 만나 임기 내 재발방지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노 의원이 재해대책특위 위원장직을 맡는 계기가 됐다.

“수해가 발생하고 일손이 부족해지니까 복구를 위해 지역구를 찾았습니다. 주민들과 같이 복구하면서 눈물 흘리시는 주민도 많이 봤고, 사당1동에 더 이상 살 자신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후 이분들을 위한 재발방지대책을 임기 내에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특위를 조직하고자 국민의힘 장순욱 의원님과 소통했습니다. 특위가 구성되고 나서 제 지역구가 가장 피해가 컸던 만큼 위원장은 제가 해야겠다 싶어 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길게는 밤늦게까지 거의 하루 내내 재해대책특위 활동이 이뤄진다. 지난달 4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구청 도시안전과, 치수과, 공원녹지과, 도로관리과에 대한 업무보고와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지난달 18일에는 민간특별위원회 결과보고와 그에 따른 의견제시 등이 진행됐다. 오는 15일엔 수방ㆍ방재시설 현장방문이 예정돼 있다. 폭넓은 자료 수집을 위해 수방ㆍ방재시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서울시의회와 서초구 관계자와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 의원은 이재민들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노량진동 같은 경우 지붕이 열악한 곳이 많습니다. 그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붕이 다 쓸려내려갔는데도 ‘물이 차올라서 침수피해를 입은 게 아니기 때문에 보상을 못 해준다’며 구청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마음을 다친 주민도 계십니다. 무엇보다 보상을 받았다 한들 침수로 인해 그 집 안에 남은 꿉꿉함, 벽지에 남은 물이 차올랐던 흔적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비가 적게 올 거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온다면 작년 수해가 트라우마로 남은 주민은 불안해하시겠죠. 그건 어떻게 보상해줘야 할까요?”

지난해 8월8일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사당1동 모습. 이날 노성철 의원은 주민을 돕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녔다고 했다.(사진출처=노성철 의원 네이버블로그)
지난해 8월8일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사당1동 모습. 이날 노성철 의원은 주민을 돕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녔다고 했다.(사진출처=노성철 의원 네이버블로그)

“조직의 단점은 담당자가 계속 바뀐다는 것…매뉴얼 이행 감시”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직후 서울시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터널과 같은 ‘대심도 빗물터널’ 추가 건설이다. 지난해 8월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10년간 1조5000억원을 들여서 대심도 빗물터널을 상습 침수 지역 6곳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두 단계로 나눠 1단계는 2027년까지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2단계는 2032년까지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심도 터널 공사가 아무리 속도를 내도 5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언제 또 닥칠지 모를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노 의원은 현 상황을 “이 대신 잇몸으로라도 하나씩 막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대심도 터널이 건설되기 전까지 여러 수단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건데, 노 의원은 △상하수도 정비 △차수판 보급 및 정비 △컨트롤타워 확립 △양수기 보급 △매뉴얼 정립 △철저한 훈련과 시뮬레이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단 대심도 터널 건설이 끝날 때까지 ‘이 대신 잇몸’이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막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당1동의 경우 주택가가 많고 지난 여름 가장 많은 주택 침수건수가 발생했습니다. 이곳에는 비가 와서 물이 많이 차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유압식 차수판이 설치돼 있는데, 지난해 4월 구청에선 이걸 정비했다고 하지만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양수기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재난컨트롤타워가 부재했습니다. 주민들도 구청 어디 과로 전화해야 할지 헷갈려했고요. 그래서 주민들 불안을 덜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하나하나 대책을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노 의원은 재해대책특위 모든 의원이 관련 내용을 상시 공유하고 있으며, 다른 구의 의원들과도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특위는 조사가 완료되면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4월13일 채택시킬 계획이다. 만약 이 기간 안에 조사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조사기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조직의 단점은 담당자가 계속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누가 앉더라도 매뉴얼이 인수인계가 잘 될 수 있게끔 감시하고 만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지적하고 보완해가면서 주민 안전을 지키는 것, 그게 지방의회와 우리 의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