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정치 부재의 현실
시정칼럼 / 정치 부재의 현실
  • 최기복 논설위원
  • 승인 2023.02.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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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대한민국 여의도동 1번지는 복마전이라고도 하고 싸움닭 양성소라고 불리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민의를 수렴하고 국가적 현안문제를 해결하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민의의 전당이어야 함에도 필자에게는 치킨 게임장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싸움닭은 벼슬을 꼿꼿이 세우고 싸움 상대 닭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 소관 상임위에 잠자고 있는 입법 청원이 1만300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국가의 녹을 먹고사는 300명의 의원들은 천문학적 세비를 받으며 의원 1인당 최대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 보좌진은 입법 보좌관이라고 불리지만 이들은 모시고 있는 의원의 차기 당선을 위한 선거꾼의 역할이 입법활동보다 우선 한다. 이들의 생명도 소속 국회의원의 임기와 함께 하기 때문에 이들 또한 모시는 의원 나리의 임기와 같다. 이들은 공채수준의 자격시험이거나 기본적인 소양 교육도 없이 고급 공직자 대우를 받으면서 국민의 소원이나 청원보다는 의원 나리의 사병처럼 움직인다.

국회의원은 온갖 짓을 다 하면서 온갖 구설수에 올라 인격이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도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해 당선증을 받는 순간 당선증은 면죄부가 된다. 그리고는 임기 내내 공천권자의 눈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소속 정당의 주구가 된다. 각 소위에서 타결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의 입법 청원이나 고쳐야 할 법안들에 관해서는 도통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한치의 물러남이 없이 주고받는 여당 야당의 치고받는 싸움 수준은 견원지간의 치킨 게임 수준으로 때로는 투표한 손가락을 끊어 내고 싶어 지지만 그나마 더 나쁜 선택이 이루어졌으면 나라가 더 절단 날것이 두려워 어금니를 깨문다.

이들이 한 일이 무엇이나 소관 상임위에서 타결을 기다리는 법안인가? 상대방 정당의 흠을 찾아 입에 독침 묻은 말의 성찬일까? 아무리 필요한 법이라도 상대정당이 제출한 법률안은 일단 탈을 잡아 기각시키거나 잠자게 만드는 역할에 이골이 나 있다. 더구나 국민들을 당파적 이해의 틀에 얽어매어 분열을 획책하고 있는 그들의 노련한 수법 뒤에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저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세비를 올리는 일이나 권한을 배가시키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집단을 놓고 이에 휩쓸린 국민들은 이해관계로 나누어진 분열책동의 실체에 대해서는 둔감한 채 내로남불의 정서가 몸속에 스며들고 있다.

공정과 상식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다. 보편적이라는 표현은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있고 적용돼야 할 기준 가치임에도 앵무새처럼 입으로만 되뇌고 있는 여의도 1번지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살아야 하나? 반만년 역사 위에 여기까지 온 것이 저들 의원 나리들 덕인가? 온갖 당파싸움에 국가적 명운을 헌신짝 버리듯 버린 간신배들의 탐욕과 개인 이기주의가 백성들에게 안겨준 고통과 시름, 희생이 아니었나?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부모가 없고 스승이 없고 존경받는 어른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정치는 있을 수도 없고 치킨 게임장만 존재할 뿐이다. 국민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충청효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