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12 지옥, 연옥, 천국의 기록, 사랑과 구원의 기록
인문학 산책 #12 지옥, 연옥, 천국의 기록, 사랑과 구원의 기록
  • 현외성 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2.23 09:21
  • 댓글 0

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가끔은 괴롭고 슬픈 상황에 처할 때 그곳을 벗어나 영원한 곳, 괴로움과 슬픔이 없는 곳, 천국을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있는 일이다.

근년에 한국 사회가 힘들어지면서 특히 청년들에게 한국은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힘들고 괴로운 곳을 상징하는 지옥, 지옥에 버금갈 만큼 희망이 없다는 의미로 한국을 비유하는 유행어를 대하면서,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한국 사회가 어쩌다 지옥과 같은 사회가 되었는지, 씁쓸한 기분을 금할 길 없다.

단테의 『신곡』은 단테 자신이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지옥, 연옥, 천국을 다녀온 기록을 서사시 형태로 적은 문학작품이다.

신곡은 단테가 1308년부터 1321년 죽는 해 사이에 완성한 대표작이다. 문학사적으로 신곡은 중세를 끝내고 근대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신곡은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면서 수백 명의 역사적 신화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독교적 신앙에 바탕을 둔 죄와 형벌, 구원을 그려낸다.

단테는 이 작품을 통하여 그리스 로마 문명과 기독교적 문명이 가진 철학적, 문학적, 천문학적, 신학적 지식과 세계관을 융합하여 환상적이고 놀랄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시도하였다.

단테는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고전과 인문학을 익혔다. 어린 시절부터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지만 사랑을 얻지 못하고 일생을 통하여 문학의 주제로 남아,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삶과 문학에 영원한 이상적인 사랑의 화신으로 존재한다.

그는 1290년 중반 이후 피렌체의 행정과 정치에 뛰어들어 최고의 권좌에 오르지만, 나중에 정치적 패배와 그로 인한 길고 혹독한 망명 생활이 시작된다.

인생의 후반기를 고독하고 힘든 유랑생활을 하면서 최후의 10여 년 동안 단테는 신곡을 집필하면서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고픈 간절함과 적대자들에 대한 분노, 죄와 형벌, 용서 그리고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과 구원을 그리고 있다.

단테는 1300년 부활절 주간 중 금요일에 시작하여 지옥에서 3일, 연옥에서 3일, 천국에서 1일을 머무는 순례의 길을 떠난다. 목요일 밤, 잠에서 깨어난 단테는 문득 어두운 숲길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 인생의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이 숲에서 단테는 자신이 스승으로 삼았던 베르길리우스를 만나서 그의 안내로 지옥을 여행하게 된다. 지옥문에 들어서자 문 꼭대기에 다음과 같은 글들이 적혀 있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에서는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옥에서 단테가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

그들은 사악한 무리였으며, 벌거벗긴 채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찔린 얼굴에서는 피가 눈물과 뒤섞여 흘러내렸고 다리에서는 구더기들이 피를 빨아 먹고 있었다.

지옥의 한 영역인 '림보'라는 곳에서는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하느님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훌륭하고 위대한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 시인, 역사가, 정치가들도 있었다.

지옥에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산 사람들, 신화상의 인물들, 분노를 이기지 못한 자들, 절제하지 못한 자들, 거만했던 자들, 성직과 성물을 매매하던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옥의 맨 밑바닥에서 제일 큰 벌을 받는 망령은 배반자 가리옷 유다였다. 지옥이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꽂혀있는 모습인데 비하여, 연옥은 바다 위에서 섬처럼 솟아올라 있는 산의 모습이다.

따라서 밑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위로 향하여 오르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장소이다. 단테는 연옥편 맨 앞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이제 나는 인간 영혼이 정화되고 천국에 오를 준비를 하는 이 두 번째 왕국을 노래하려 한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대지의 중심에서 나와서 햇살을 받으며 연옥의 산을 오른다.

연옥은 7개의 층으로 된 마치 피라미드와 유사한 산의 모습이다. 그 7층은 각각 7가지 대죄를 지은 자들이 있는 곳인데, 그것은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을 말한다. 연옥의 한 구절을 단테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선을 사랑했으나 태만하여 이행하지 못하고 여기서 다시 추구하는 거야. 한때 나태했던 노 젓기를 이제 열심히 하는 것이란다." 단테는 연옥의 여러 층을 순례하면서 마침내 정상에 올라 베르길리우스를 떠나보내고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날 보세요! 나 정말 베아트리체이니! 그대는 마침내 산을 올랐군요!" 베아트리체는 레테 강과 에우노에 강에서 몸을 씻은 단테를 데리고 천국으로 날아오른다.

"오 신성한 힘이여! 당신을 빌려 그 높은 곳을 내 정신에 새겨 넣었건만 그 그림자만이라도 그릴 수 있게 해 주소서!" 천국의 순례 동안 단테는 자신의 가진 모든 철학과 인문학, 신학을 바탕으로 자신과 당시의 사회와 역사, 세계에 관하여 상상력을 가미하여 경탄할만한 지적 영적 성찰의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순수한 기쁨과 찬란함, 거룩함을 인간의 존재가 바라보고 이해함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 천국의 여러 하늘을 경험하고 최고의 하늘에 이른다.

그는 화염천에서 제1영역인 월성천을 거쳐 여러 영역을 순례한 뒤 마침내 제9영역인 원동천까지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으며 놀랄만한 내용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하느님의 영역이자 천국에 있는 모든 영혼들의 본거지인 최고의 하늘(최고천)에 다다른다.

마지막 하늘에 이른 순간 베아트리체는 영원한 빛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하늘의 성인의 옷을 입은 거룩한 노인이 나타난다. “언제나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나의 구원을 위해 지옥의 문턱에 발자국을 남기는 수고를 한 나의 여인이여!"

“당신의 큰 사랑을 내 안에 간직하여 당신이 치료해 준 나의 영혼이 육신에서 놓여날 때 당신에게 기쁨이 되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하자 멀리 있던, 혹은 멀리 있는 듯 보였던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영원한 빛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 거룩한 노인이 “네가 여행을 완벽하게 성취하도록 거룩한 사랑과 기도가 나를 보내셨다.”라고 말한다. "눈으로 이 하늘의 정원을 날라 보아라. 하늘의 정원을 응시하는 것은 하느님의 빛을 직관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 말이란 얼마나 약하며, 내 생각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 내가 본 것이 그러하니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야 하리라.” “오로지 스스로 안에만 홀로 정좌하신 영원한 빛이시여! 당신 자신에게만 알려지고 당신만을 아시는 당신은 알고 알려지면서 사랑하고 빛을 내십니다.“

"여기서 나의 환상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